[임항 칼럼] 알래스카 어민들이 만족한 까닭은 기사의 사진
서울시가 승용차요일제에 따른 인센티브 가운데 자동차세 5% 감면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일부 가입자들이 혜택만 노리고 전자태그를 떼거나 운휴일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승용차 주행거리를 줄여 대기오염과 혼잡비용을 줄이려 한 승용차요일제는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시내 등록 승용차 237만대 중 79만대(33%)가 가입돼 있다. 그렇다면 등록 승용차의 주행거리가 감소했어야 마땅하지만, 평균 주행거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소식은 없다. 운전자들은 주중 하루를 정직하게 운휴했다고 하더라도, 보상심리로 주말에 차를 더 많이 이용했을 것이다. 멍청한 규제다.

대기는 거대한 공유재산이다. 깨끗한 공기가 희소자원이 아닌 한 문제될 것이 없었으나 산업화와 더불어 마구 내뿜어진 오염물질은 사람의 목숨과 건강을 해치고 지구를 데워 기상재앙을 일으킨다. 이런 ‘외부불경제’는 오염시킨 당사자가 그 비용을 물도록 하지 않으면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편익을 취하려는 기업과 운전자의 행태를 더 부추긴다. 미국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도 같은 맥락이다. 초원을 공짜로 이용할 때 모든 농가는 소를 한 마리라도 더 방목해 이득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결과는 초원의 황폐화라는 환경재앙이다.

그럼 공유지를 사유화하는 것이 대안인가. 어떤 경우에는 그렇겠지만, 공기나 공해(公海)를 소유할 수는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산림 어장 지하수처럼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지역 주민들의 자치적 노력에 의한 관리가 유효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스페인과 필리핀의 농업용수, 스위스 알프스의 초원, 인도의 작은 숲 등의 전통적 공유지나 공유재산은 대부분 다툼 없이 잘 관리됐다.

환경보호기금 수석경제학자 거노트 와그너는 2011년 저서 ‘지구가 알아차리기나 할까’(국역본,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에서 이런 공유지 관리방식이 70억 세계인이 관련된 온실가스 문제 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것은 배출권거래제라고 주장한다. 즉 ‘캡앤드트레이드’(cap and trade)는 산업·업종별로 배출 상한선을 설정하고, 각 기업이 할당받은 배출권 중 남는 만큼 시장에서 팔거나 부족한 만큼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와그너는 1970년대 이후 알래스카의 넙치어업을 예로 든다. 어부 수 감축, 특정어종 조업제한 예고, 금어기 지정 등은 모두 실패했다. 어부들은 기술과 장비를 동원해 몰아잡기에 나섰고, 넙치 고갈 속도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1995년 총어획량을 정해놓고 어부들에게 지분을 배분한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 못 잡아도 내일 잡으면 되니 어부들은 느긋해졌다. 기술장비 전쟁에 뛰어들 이유가 사라졌고, 어장에는 자연스럽게 적정 수의 어선이 떠다녔다. 넙치조업기간은 이틀에서 200일로 늘었지만 넙치는 여전히 잘 잡혔다. 이후 5년간 어부들의 수입은 2배, 이윤은 4배로 뛰었다.

국내에서도 내년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재계 및 환경단체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대상업체별 할당계획안을 발표했어야 하지만 할당위원회 회의가 세 차례나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경제단체들의 배출 전망치 재산정 요구에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실무자들은 “재산정 요구는 하지 말자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와그너는 “캡앤드트레이드는 비효율적이고 상상력이 부족한 곳에서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곳으로 돈을 옮기기 위해 공개적으로 조직된 대형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제도 도입으로 에너지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굴뚝산업에서 무공해산업으로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덤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보험재정 안정화라는 큰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은 기왕 해야 할 숙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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