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개발 NPO의 신뢰도 분석 평가] ④ 일본NPO센터

5만 여개 NPO법인 재정 정보 등 민간단체가 관리

[구호개발 NPO의 신뢰도 분석 평가] ④ 일본NPO센터 기사의 사진
일본 고아손해보험이 ‘일본NPO센터(JNPOC)’의 도움을 받아 진행 중인 멸종위기 동·식물 보존 프로젝트 ‘일본 구하기(SAVE JAPAN)’의 참석자들. SAVE JAPA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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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초대형 쓰나미가 센다이 등 해변 도시들을 덮쳤고, 도쿄와 수도권 일대까지 건물 붕괴와 대형 화재가 잇따랐다. 쓰나미로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이 중지됐고, 방사능까지 누출됐다. 사망자와 실종자만 2만여명, 피난민은 33만여명에 달했다. 일본 전역에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이 진행됐다. 각계에서 모인 성금이 향한 곳은 '일본NPO센터(JNPOC)'. 일본에서는 'JNPOC로 보낸 돈은 절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JNPOC 사무실을 찾았다. 50여평 규모의 사무실에 20여명의 직원이 전부지만 JNPOC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전역의 NPO법인을 관리·지원하는 NPO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JNPOC는 민간 비영리 부문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NPO의 사회적 기반 강화와 시민사회 건설을 목표로 1996년 설립된 민간단체다. 일본 시민사회의 분파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에는 NPO를 돕는 중간지원조직이 800여 개나 있다는 사실에 자극받아 만들어졌다.

JNPOC의 주요 업무는 NPO법인 데이터베이스 ‘NPO 히로바(광장) 시스템’의 운영·관리다.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시스템에는 일본 내 NPO법인 5만 여개의 주소와 연락처, 설립 목적과 사업내용, 최근 5년간의 기부액과 지출내역 등 재정정보가 들어 있다. 히로바 시스템 홈페이지(npo-hiroba.or.jp)에 접속하면 누구나 이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추구하는 이 시스템은 JNPOC가 일본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JNPOC는 도호쿠 대지진 성금을 피해지역 NPO에 전달하고 있다. 해당 지역 NPO가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알아 적합한 구호활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히로바 시스템으로 검색해 적합한 NPO 후보를 정하고, 스태프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지급대상을 선정했다.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도호쿠 지역 50개 NPO에 약 1억7879만엔(17억9600만원)을 지급했고, 다음 달까지 3500만엔(3억5100만원)을 더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JNPOC에서 지원받은 NPO들은 구호, 교육, 재정 지원 등 어떤 사업을 했고, 얼마를 지출했는지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그 성과에 따라 추가 지급을 받을 수 있다. JNPOC는 이 과정도 문서로 작성해 모두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다.

“20여명의 JNPOC 직원들만으로 히로바를 구축·관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기에는 각 지역 NPO지원센터의 도움이 컸죠.” JNPOC 정보부장 카즈오 츠지야(44)씨의 말이다. 그는 “일본 전역에는 NPO를 위한 정책 제언과 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300여개의 NPO지원센터가 있고, 이들 대부분은 JNPOC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역의 NPO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NPO지원센터들은 NPO들이 히로바 시스템에 가입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도록 돕는다.

JNPOC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은 ‘교류’다. 이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NPO 관계자, 기업·정부·지방자치단체의 NPO 담당자를 초청해 정기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지역의 NPO지원센터 스태프와 초임 NPO직원 등 대상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교육에 사용되는 교과서는 JNPOC와 일본 월드비전의 스태프들이 참여해 만든다. 다양한 규모의 NPO법인 CEO들이 매년 세 차례 모여 서로의 사업 노하우를 공개하고, NPO법의 개선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NPO 상황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국 NPO공동회의 관계자는 “국내 NPO들은 각자의 사업에 주력할 뿐 서로의 사업 노하우나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JNPOC는 사회공헌을 원하는 기업에 적절한 아이템을 정해주고, NPO와 연결해 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역할도 한다. 일본 고아손해보험은 JNPOC의 소개로 환경보호사업을 하는 NPO와 함께 멸종위기 동·식물 보존 활동인 ‘일본 구하기(SAVE JAPA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화장품 회사인 가오(KAO)는 NPO와 시민단체, 대학생 등과 함께 ‘숲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다.

카즈오씨는 “히로바 시스템과 NPO 관계자들의 교류사업, 기업과 NPO 연계 사업의 목적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다”면서 “NPO 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이유는 NPO와 국민, 정부, 기업 모두가 ‘건강한 사회 만들기’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서로 협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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