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31) 팔찌, 손목이 입는 옷 기사의 사진
손목을 감은 팔찌. 필자 제공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팔목에서 놀던 팔찌들을 빼서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홀가분해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있다. 치장이라는 사명감을 지닌 장신구들이 몸을 떠나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가뿟함이 생기는 반면 바깥으로 나갈 때는 이내 허전함이 찾아든다. 팔찌는 옷차림을 생기 있어 보이게 한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팔찌는 손목에 표정을 새긴다. 수첩에 뭔가를 적고 책장을 넘기고 택시를 잡으려고 팔을 높이 쳐들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가방에서 뭔가를 찾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다.

굵기와 색상, 소재가 다른 팔찌들을 섞어 차면 뭔지 모르게 풍요롭다. 나무와 메탈, 진주와 터키석, 금과 은 등 다채로운 조화를 빚는 팔찌 차림은 특히 청바지와 단색의 원피스를 돋보여준다. 멋을 부리는 것이 어색한 사람에게 난 팔찌를 차보라고 권한다. 팔찌가 걸린 손목은 스타일리시해 보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 신라시대, 원나라, 아프리카 부족, 인도 여인들의 손목을 팔찌가 장식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마다 의미가 있을 테지만 꾸밈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음은 자명하다. 팔찌 칭찬을 더 하자면 과감한 것을 골라도 목걸이나 귀고리보다 덜 튀고 목걸이와 귀고리와는 다르게 쳐다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해 특별하다. 재킷의 소매를 걷어붙였을 때 흥얼거리며 고개를 내미는 여러 개의 팔찌들은 옷차림에 박력과 유쾌함을 더해주기에 이 몸은 팔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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