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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만 (7) 주병진씨 통곡의 기도 후 2심·대법원서 “무죄”

아내, 나무십자가를 주며 기도 권유… 기독 연예인들의 중보기도에 진실은…

[역경의 열매] 이재만 (7) 주병진씨 통곡의 기도 후 2심·대법원서 “무죄” 기사의 사진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해 법률적 해석을 해주고 있는 이재만 변호사. 주병진씨 사건을 무죄로 만들어 일약 유명 변호사가 됐다.
주병진씨의 1심 재판기록을 보면 볼수록 자해공갈단의 범죄 수법은 정교하고 지능적이고 대담했다. 난 주씨에게 덧씌워진 견고한 누명의 매듭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사건기록을 일일이 챙기면서 의혹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갔다.

먼저 공갈단의 휴대전화 통화 기지국을 따라가면서 동선을 찾아갔다. 사건 당일 서울 반포 어딘가에서 만난 이들은 공범의 아파트에서 피해자라는 주범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찌나 수사기록을 많이 보았는지 수사기록 몇 쪽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를 알 정도가 되었다. 주씨는 명백한 무죄지만 문제는 상대가 1심 증언이 허위임을 스스로 자백하느냐였다. 그들은 1심 증언이 허위임이 밝혀지면 중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므로 절대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국 이들의 진술이 허위임을 증명할 증거가 반드시 필요했다.

나는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 법조계 인사들과 회의를 거듭했다. 이성미씨는 만삭의 몸으로 동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나를 도와 증거를 찾아주었다. 박미선 송은이씨 등은 방송 스케줄을 연기하면서까지 부산에 가서 내가 원하는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허위 진술을 깨뜨릴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천 기독 동료들이 주씨를 위해 수시로 기도모임을 갖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신앙심도 깊어졌다. 나도 교회에서 진실을 밝힐 혜안을 달라고, 진실을 밝힐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런 중보기도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주씨와 사건 내용에 대한 상담과 기도를 계속하던 어느 날, 아내는 주씨에게 나무십자가를 건네면서 기도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주씨는 지갑 속에 있던 부적을 버리고 대신 지갑에 나무십자가를 넣고 다녔다.

어느 날, 이성미 박미선 김자옥씨가 주씨와 함께 기도모임을 하다 동부이촌동 충신교회에 가서 기도하자며 다시 교회에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늦은 시간이라서 교회 앞 철문이 닫혀 있어 네 사람이 철문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한밤중에 톱스타들이 철문을 붙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들의 간절함이 뒷모습에서 전해졌을 것이다.

이날 주씨는 철문 앞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기도를 했다고 한다. 난 하나님이 맺은 매듭이라면 하나님만이 풀 수 있다고 여겼다. 이성미씨로부터 이 통곡기도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렇다면 이 사건은 풀릴 수 있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다가왔다. 그때부터 맞추어지지 않던 몇 조각의 퍼즐들이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실체적 진실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 주씨가 스스로 통곡 속에서 회개기도를 한 이후 숱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계속되던 나의 두통도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그렇게 주씨의 기도 속에서 진실의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결국 2심에서 ‘무죄’를 받아낼 수 있었다. 실체적 진실이 교묘하게 가려졌던 거짓을 파헤칠 수 있었던 놀라운 승리였다.

무죄 판결이 나자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이 역시 승소했다. 주씨는 내 손을 잡으며 진정한 감사를 표시했다. 사건의 맥을 짚어 작은 단서를 활용해 치밀하게 법리적 공격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위해 헌신해 준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성미씨에게 “평생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살겠다”고도 했다.

주씨 사건은 변호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일깨우는 동시에 오직 사랑으로 동료를 위해 기도하며 헌신하는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며 ‘기독교 신앙’에 대해 나 스스로를 점검하고 더 열심히 믿음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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