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여자야구에 관심을 기사의 사진
할리우드에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1992년 페니 마셜 감독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드물게 여자야구 선수들을 소재로 한 것이다.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전미여자프로야구의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메이저리그 선수들 대부분이 참전하자 구단주들은 선수 부족 타개책으로 여자프로야구 리그를 창설했다. 장삿속에서 시작된 만큼 구단들은 여자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선발하는가 하면 짧은 치마를 입히는 등 남자 관객들의 눈요기로 대우했다. 하지만 야구를 사랑했던 여자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래서 1945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는 9년간 더 지속될 수 있었다.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일반적인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자부 역시 별도의 프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자야구는 현재 전 세계 어디에서도 프로 리그가 없다. 대신 아마추어 야구 리그가 존재한다. 1994년 40년 만에 여자 프로야구 팀인 콜로라도 실버 불리츠가 결성됐고, 1997년 4개 팀으로 프로 리그가 시작돼 이듬해엔 8개 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자프로야구는 경기당 관객이 500명을 넘지 못하는 등 외면을 받았고, 1998년 예정됐던 경기 수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현재 미국에는 아마추어 리그만 존재하고, 프로를 꿈꾸는 여자 선수는 독립 리그에서 남자들과 함께 몇 명 정도 뛰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9년 일본여자프로야구기구가 결성돼 2010년부터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에서 4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말만 프로일 뿐 실은 주말에만 경기를 하는 등 독립 리그 수준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여자야구가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야구는 여자보다 신체능력이 좋은 남자에게 어울리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여자들을 위해서는 야구를 개량한 소프트볼이 일반화됐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는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로 출전해 왔다. 게다가 이마저 정식 종목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여자야구는 아마추어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볼이 아니라 일반 야구를 즐기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최초의 여자야구단 ‘비밀리에’가 창단된 이후 빠르게 팀들이 생겨 2007년 전국 16개 팀 200여명의 선수로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출범했다. 현재 한국여자야구연맹에는 29개 팀이 등록돼 있으며 연간 5개의 전국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한국 여자야구에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22∼25일 경기도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 야구장에서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가 열린다. 한국 여자야구 사상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한국 2개 팀을 비롯해 미국 호주 인도 등 7개국 8개 팀 선수 150여명이 참가한다. 또한 한국여자야구연맹과 대한야구협회는 최근 2016년 제7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제1회 대회(캐나다 에드먼턴)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은 여자야구에서는 가장 중요한 대회다.

요즘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 팬들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그만큼 야구를 직접 하는 여자 선수들도 많아졌다. 아직 만족스러운 실력은 아니지만 이들의 꿈과 열정만은 남부럽지 않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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