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역경의 열매] 이재만 (9) 누명 쓴 ‘노랑머리 사건’… 주님께 기도하자 진실이

어느 대학생의 무죄 호소에 사건 수임 ‘무죄 판결’ TV 유명 드라마로도 나와

[역경의 열매] 이재만 (9) 누명 쓴 ‘노랑머리 사건’… 주님께 기도하자 진실이 기사의 사진
이재만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집무실에서 수시로 대형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건을 잘 해결한 후 기자들로부터 ‘법정의 승부사’란 말을 들었을 때 월드컵에서 결승골을 넣을 때처럼 짜릿했다. 변호인으로서 최고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돌이키면 이런 보람은 변호사의 변호 능력만으로 얻는 것이 아니고 의뢰인과의 영적 공감을 통해 얻게 된다.

누구나 갈등을 겪는다.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 동료 간, 사업상 겪는 갈등 때문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위기나 갈등의 원인은 결국 사람이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 정보화 시대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하게 확대되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고독하고 우울해 누군가를 찾아다닌다.

대기업의 경우 회장이 잘못되면 주가가 하락하거나 중요사업의 결정이 늦어지고 관련 중소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어느 재벌회장 사건을 변호하는 중에 자택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하면서 기업경영이야기, 인생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그가 회고하기를 ‘수많은 충성스러운 인맥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하면서 탄식했다.

그날은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할 것 같아 새벽 3시까지 그와 함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법적 자문을 하게 되었고 그는 고마움의 표시로 내게 예쁜 장미 벽시계를 선물했다.

존경받던 권력가나 재력가라 하더라도 해결할 길 없는 법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우왕좌왕하고 주변사람들이 떠나가 몹시 외로워하고 배신감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바로 이때가 주님을 만날 때이다. 현실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님을 찾을 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님이 우리에게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한곳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외로움과 배신감, 그리고 고통에서 손쉽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를 당했을 때나 무슨 일을 이루려고 간절히 원했을 때 진실한 기도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이다. 주님께 간구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게 해 달라고 기도한 ‘대한민국 만세사건’이 기억난다. 이 사건은 사법연수원 시험문제로도 출제되었고, 실화극장 ‘죄와 벌’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일명 ‘노랑머리 사건’이다.

매우 바빴던 어느 날, 평범한 중년 아버지가 대학생인 아들이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하소연했다. 구치소로 가 아들을 접견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럽게 울기만 했다. 난 그 울음이 너무 구슬퍼 더 이상 면담이 불가능해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한여름 밤에 발생한 여고생 납치 특수강도 사건이었다. 지목된 범인은 8명의 노랑머리 남자들. 여고생이 노랑머리인 대학생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는 모범생 스타일로 너무나 예쁘게 생긴 여고생이었다.

이 역시 기도에 의지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드러난 여고생의 실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여고생은 동거 중인 자신의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한 한밤중에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을 감추기 위해 그 시간에 노랑머리한테 특수강도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것이었다. 노랑머리 범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대학생이 노랑머리를 해서 여고생의 허위 진술 때문에 억울하게 구속된 것이다. 그래서 구치소 첫 접견 때 말을 못하고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었던 것이다.

아들의 무죄를 믿었던 아버지는 법정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순간 두 손을 번쩍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소리쳤다. 평범한 중년의 시민이 법정에서 외쳤던 이 목소리는 지금도 내가 법정으로 향할 때 “주님과 늘 함께하며 또 늘 기도하라”는 메시지로 삼고 있다.

정리=김무정 기자 k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