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입시제도, 진짜 인재 가려내는데는 실패”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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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경제력 효과를 뺀 학생 고유의 노력과 잠재력만으로는 출신 고교·지역별로 편중된 현재의 서울대 입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문이 서울대에서 발표됐다. 서울 강남구 고등학생의 서울대 합격률(최초합격자 기준)이 강북구의 21배, 서울 외국어고·과학고의 서울대 합격률이 일반고의 15∼65배에 달한다는 분석에 기초한 주장이다. 논문은 "부유하지 못하면 대입에서 불리해진다" "우리 교육·입시 제도는 진짜 인재를 가려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의 논문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북구에서는 2014년도 서울대 합격생이 학생 100명당 0.1명 배출됐지만 강남구에서는 100명당 2.1명이 나왔다. 구로·금천구는 100명당 0.2명꼴이었고 중랑·도봉·성북·관악·동대문·강서·동작·영등포·성동·은평·중·서대문·용산구 등 13개 자치구에서는 100명당 0.5명이 되지 못했다.

강동·노원·종로·마포·광진·양천·송파구에서는 100명당 0.5∼1명꼴로 서울대 학생이 선발됐다. 100명당 1명이 넘게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자치구는 강남구와 서초구(1.5명)뿐이었다. 김 교수는 "강남구 거주 학생들의 타고난 잠재력이 이 정도로 막대하고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고교 형태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 일반고에서는 100명당 0.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외고와 과학고에서는 각각 100명당 10명, 41명이 선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올해 대학에 진학한 외고 학생들은 중학교 영어 내신만으로 뽑혀 '선발 효과'가 없었지만 외고는 역시 올해에도 일반고에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은 학생을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에 진학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고와 특목고(외고·과학고·자율형사립고) 출신 '스카이' 합격 비율을 분석한 결과 특목고가 12%로 일반고(1.4%)의 9배에 이르렀다. 그는 "일반고의 선생님 대부분도 열심히 가르치는 상황에서 이 실적은 마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지역·고교별로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서울대 입시 결과는 사교육, 일반고의 3∼7배 수준으로 학비가 비싼 특목고 진학, 집값이 비싼 동네로의 이사 등 '치장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학생 본연의 능력치인 '진짜 인적자본'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이 겉치장된 '겉보기 인적자본'이 평가된 결과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논증하기 위해 서울 구별 아파트 매매가 및 사설학원 수를 2014년도 서울대 합격률과 비교했고, 모두 강한 비례 관계가 도출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경제력이 앞선 지역의 학생들이 원래부터 똑똑할 수도 있지만 월등한 서울대 합격률을 타고난 유전적 요인으로만 설명할 증거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확률적으로 '용'의 씨는 각 지역, 각 계층에 골고루 뿌려지지만 지금 용이라고 뽑히는 학생들은 지역적·계층적으로 일부에 극심하게 몰려 있다"며 "앞으로는 겉에 칠한 물감(부모 경제력)을 지우고 진짜 용을 가려내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교·지역별로 편중된 서울대 합격률이 단순히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의 공정경쟁 약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침체에 빠져든 원인일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보다 생산성 높은 부문에 배분돼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증대돼 국내총생산(GDP)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가난하며 똑똑한 학생'보다 '부유하며 덜 똑똑한 학생'에게 자원이 보다 많이 배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로버트 루카스 교수의 제자다. 이 논문은 정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결과물로,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에 최근 실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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