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광복절에 새겨야 할 일 기사의 사진
‘명량’이 한국 영화의 역사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개봉 12일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많은 국민들이 명량에 열광하는 이유는 오늘의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탁월한 리더십을 이순신 장군이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군부대 사고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국가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도 명량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명량을 보고 난 눈으로 현실을 살펴보면 도처에 답답한 것투성이다. 국내도 그렇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가 4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당시에 비해 우리의 국력은 괄목할 만큼 커졌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계 15위 안팎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어 어느 나라도 감히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움직임은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선진 강대국 대열에 서 있고 다시 군사강국을 넘보고 있다. 아베 정권 들어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경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을 인정하도록 일본 헌법 제9조의 해석 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의함으로써 전쟁까지 가능하도록 나라를 몰아가고 있다. 지난주 발표한 일본 방위백서에서는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우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겉으로는 한·일 대화를 제안하지만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어떤 짓이든 자행하는 일본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경계 대상이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한 중국은 G2를 넘어 미국과 세계 1위의 경제규모를 다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역시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의 제1파트너이지만, 군사·정치적으로는 북한을 견제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우호관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에서 우리는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유일한 잣대는 ‘국익’밖에 없음을 다시 읽는다.

오늘은 뜻 깊은 광복절이다. 일제 식민지 36년을 청산하고 소중한 주권을 되찾은 지 69주년이 되었다. 과거와 같은 치욕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국력을 더욱 강력히 키우는 것이 우리 모두의 막중한 소임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오늘이다. 그러나 나라의 힘을 키우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으로 나라를 지키는 ‘열전’은 줄어든 대신 ‘외교전’에서의 승리가 중요해졌고, 외교전도 정부 못지않게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선진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정부나 정치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 비영리조직, 시민사회 등으로 다원화되고 있다. 상대국가가 이처럼 달라졌다면 우리의 대응 전략도 바뀌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은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제외교 활동에 열심이다. 대통령이 직접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우호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민간 채널을 통한 국가 외교역량 확대가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민간 분야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호 네트워킹을 촉진시켜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런 조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이 참여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있었다.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우리의 외교 역량을 키우는 것은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내는 국가안보전략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광복절을 계기로 민간 외교역량 제고를 위한 합당한 시스템을 서둘러 재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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