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로 부활한 고려 비색…1000년 건넌 ‘시대교감’ 기사의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중 ‘시대교감’ 섹션에 출품된 작품들. 문화재인 ‘청자양각운룡매병’(보물 1385호)이 바이런 김 작가의 회화 ‘고려청자 유약’을 배경으로 전시돼 있다. 삼성미술관 제공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 관객과 작품의 만남. 이를 통해 미래를 조망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의 컨셉트이다. 리움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주년 기념 생일상 차림표를 소개했다. ‘교감’이라는 주제 아래 ‘시대교감’ ‘동서교감’ ‘관객교감’ 등 세 가지 섹션에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 230여점을 내놓았다.

2004년 리움 개관 이후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등 전관에서 기획전을 동시에 여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 준비를 위해 최근 3주 동안 전체 휴관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출품 작가도 박서보 하종현 김수자 서도호 문경원&전준호, 영국 데미안 허스트, 일본 나와 고헤이, 중국 장샤오강과 아이웨이웨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미술 상설전시실인 뮤지엄 1에는 ‘시대교감’ 섹션이 마련됐다. 국보와 보물 등 유물들과 현대미술 작품이 함께 전시돼 시간을 초월한 예술작품 간의 교감을 보여주고 있다. 12세기 고려시대의 ‘청자양각운룡문매병’(보물 1385호)과 한국계 미국 작가 바이런 김의 회화 ‘고려청자 유약’이 앞뒤로 설치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18세기 조선 ‘백자달항아리’(국보 309호)와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여 작품을 만드는 이수경의 ‘달의 이면’도 나란히 전시돼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등 명작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리움의 고미술 상설전시실에 현대미술이 함께 전시되기는 처음이다.

현대미술 상설전시실 뮤지엄 2에서는 ‘동서교감’을 주제로 동서양 미술의 접점을 모색했다. 박서보의 회화 ‘묘법’과 미국 작가 로니 혼의 설치작품 ‘열 개의 액체 사건’이 어우러지고, 하종현의 단색회화 ‘접합’과 미국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 작품 ‘무제’가 한데 놓였다. 이우환의 ‘관계항’, 장샤오강의 ‘소년’, 데미안 허스트의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지역과 장르의 경계를 거부한다.

기획전시실의 ‘관객교감’ 섹션은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품으로 꾸몄다. 문경원&전준호는 리움 소장품 ‘금은장 쌍록문 장식조개’에 얽힌 스토리를 첨단 시스템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배우 소지섭과 정은채가 1인 다역으로 출연했다.

중국 반체제 작가인 아이웨이웨이는 고목으로 신비로운 숲을 이루는 작품 ‘나무’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쉬어가라고 한다.

높이 20m의 리움 돔에는 최정화의 신작 ‘연금술사’가 설치되고, 로비에는 일본 작가 나와 고헤이의 ‘픽셀-중첩된 사슴’이 놓여 볼거리를 제공한다.

홍라영 총괄부관장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하는 전시로 예술과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관람료는 6000∼1만원(02-2014-6901).

리움 미술관은…

1965년 삼성문화재단 설립 이후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소장품 수집과 전시 활동을 펼쳐온 삼성미술관은 2004년 10월 19일 서울 한남동에 리움을 개관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성과 뮤지엄의 뒷부분을 조합해 이름을 리움(leeum)으로 지었다. 세 전시실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각각 설계했다.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알렉산더 칼더, 아니쉬 카푸어 등 해외 거장들과 이중섭 서도호 등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고, '조선말기회화전' '금은보화전' '여백의 발견' '코리안 랩소디' '아트스펙트럼' 등 기획전을 마련해 미술계와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한 해 관객은 10만명 정도. 2012년 서도호 개인전(3∼6월) 때는 10만 1200명이 몰려들어 단일 전시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