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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만 (14) 이혼 홍수 시대에 엄앵란씨 애틋한 부부애 감동

‘빨간 고추와 노란 장미’ 사연 뭉클 아날로그적 진정한 사랑 보여줘

[역경의 열매] 이재만 (14) 이혼 홍수 시대에 엄앵란씨 애틋한 부부애 감동 기사의 사진
TV 프로에 출연해 이혼 관련 특강을 하고 있는 이재만 변호사. 그동안 숱한 유명인들의 이혼 소송을 맡으며 리스크매니지먼트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세계 최고의 발명품이자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가 빛의 속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누가 먼저 정보를 획득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거나 찬송가를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 정적이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이성적일 수밖에 없지만 신문을 즐겨 보고 성경을 읽으며 스마트폰에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활자매체를 추억한다.

우리나라는 1년에 36만쌍이 결혼하고 12만여쌍이 이혼해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다. 사랑과 전쟁에서의 치유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사랑이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13:13)는 말씀처럼 사랑이 있는 한 이혼은 줄어들 것이고 이혼을 하더라도 아픔은 치유될 것이다.

내가 변호한 유명 기업인이나 스타들의 이혼은 소송 중에 조정으로 끝내도록 권유하는데 이는 이혼소송 진행이 이전투구 양상을 띠면 쌍방간에 이미지 실추가 불 보듯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항상 안타까운 점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정폭력, 고부간 갈등, 남편의 외도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재산분할청구권, 양육권 등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결혼할 때는 하늘의 별도 따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헤어질 때는 양육권, 재산분할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접한다. 이혼 소송을 진행할 때는 무엇보다 이혼을 하더라도 상대방과 원수가 되어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법적 조언을 하는 한편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기도 한다.

이혼 사유 중 1위가 과거에는 외도였지만 현재는 성격차이다. 성격차이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부부에게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서로 맞추어야 하는 것임에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하려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대체로 참고 살았지만 스마트폰 세대에서는 참고 살려 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진행하는 TV 대담 프로 ‘이재만의 성공 스토리 만남’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엄앵란씨를 만났다. 엄씨는 배우로서 세 번째로 한국영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곳 엄앵란실에 빨간 고추와 노란 장미가 들어간 ‘예쁜 병’이 있다. 이 병의 사연이 깊은 감동을 준다,

엄씨는 남편 신성일씨가 정치를 하다 옥고를 치러 오랜 기간 옥바라지를 하던 중 신씨가 고추장에 풋고추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해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고추를 심었다. 고추가 열리자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드실 거니까 절대 따지 마라”고 했지만 그 고추가 바싹 마를 때까지 남편은 나오지 못했다.

엄씨는 바싹 말라버린 고추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곱게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면회를 갔는데 교도관이 노란 장미를 전해 주었다. 그날이 마침 결혼기념일인데 줄 것이 없던 신씨는 교도소 화단에 있는 노란 장미를 꺾어 교도관을 통해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 것이다. 노부부는 철창을 사이에 두고 눈물을 흘리고 서로의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잘 보관한 빨간 고추와 노란 장미는 예쁜 유리병에 담겨 영화인 명예의 전당 엄앵란실에 진열된 것이다.

말린 빨간 고추와 노란 장미를 10년간이나 간직한 엄씨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진정한 사랑으로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미워도 다시 한번, 사랑이여 다시 한번’의 마음을 가져볼 것을 권면한다. 또 헤어짐을 선택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이 이혼의 아픔을 치유해주실 것을 기도해 본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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