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구호개발 NPO의 신뢰도 분석 평가] ⑥ 영국 ‘옥스팜’

모금 전 자세한 사용목록 기부자에게 미리 공개

[구호개발 NPO의 신뢰도 분석 평가] ⑥ 영국 ‘옥스팜’ 기사의 사진
영국 옥스퍼드시 런던가에서 운영 중인 옥스팜 가게 1호점(위 사진). 크리스 애쉬워스 국제개발팀장(아래)은 NGO가 신뢰 받기 위해선 투명성과 함께 책임성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옥스팜 가게(Oxfam shop)'인 옥스퍼드시 런던가 지점의 매니저 다지 로랑카씨는 불과 6년 전만 해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외로운 이민자였다.

“멕시코에서 남편을 따라 이민을 왔는데, 친구도 친척도 없었어요. 남편의 권유로 옥스팜 가게를 찾아갔는데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면서 저를 도와줬지요. 그 덕분에 자원봉사를 시작해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위치에 섰답니다.”

이 가게는 영국 최대 NGO인 옥스팜이 1948년 처음 설립한 자선가게다. 대학가 중심지 3층 건물에는 학생과 주민들이 기증한 옷과 책, 음반, 사진 등이 가득하다. 옥스팜은 이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 이런 옥스팜 가게는 영국 전역에 700여곳, 전 세계에 약 1160곳이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도 옥스팜 가게를 모델로 했다.

지난달 29일 옥스퍼드시 외곽 코울리의 옥스팜 영국본부에서 만난 이 단체 국제개발팀 한국인 직원 최신명씨는 “동남아 쓰나미, 일본과 아이티의 대지진 때에는 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내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섰다”며 “그만큼 옥스팜을 믿는다는 의미여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전쟁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옥스퍼드대학의 기독교인들이 설립했다. 6·25전쟁 때는 한국에도 왔다. 옥스팜이 활동하는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는 셰익스피어나 캔터베리 대주교보다 더 유명한, 세계 최고의 NGO 중 하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자립(empowerment)입니다.”

옥스팜 국제개발팀 크리스 애쉬워스 팀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곳 옥스팜 영국 본부에는 사회복지와 국제개발을 공부한 박사급 인재들이 500여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이들이 아니라, 세계 곳곳 굶주림이 있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5000여명의 스태프들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권한이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필요와 방법, 현장의 문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라고 애쉬워스 팀장은 설명했다.

“우리가 10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벌이면, 그 과정에서 때론 5개 이상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장은 항상 복잡한데다 긍정적 의도로 시작한 일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죠. 그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옥스팜의 가치입니다.”

그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옥스팜이 가난한 농부들에게 휴대전화를 주고 농산물 가격을 매일 알려줬다. 정보력을 가진 농부들은 도매상인들과 유리하게 흥정을 할 수 있었고, 결국 더 많은 돈을 벌게 됐다. 그러자 도매상인들은 그 주변 5개 마을에서는 가격을 더 후려쳤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농부들이 더 늘어난 셈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줬더니, 마을 주민들이 몰려오는 통에 교사와 지역정부까지 화장실 관리에 나서야 했다. 교육과 복지에 투입해야 할 돈과 노력이 화장실에 집중돼 버린 결과가 됐다.

옥스팜만 아니라 대부분 구호개발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일부 NGO들은 “도움을 받은 농민은 가난에서 벗어났다”거나 “화장실을 쓰는 학생과 부모들이 기뻐했다”고 보고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옥스팜은 부작용까지 정직하게 보고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한다.

실제로 옥스팜 본부 곳곳에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냉철하게 평가한 ‘책임성 보고서’가 붙어 있었다. 살짝 들춰본 ‘케냐 에이즈(AIDS) 추방 프로젝트 보고서’에는 “여러 해 동안 활동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책임성과 효율성 등 12가지 항목에서 28점 만점에 낙제점인 9점을 받은 사실이 적혀 있었다.

물론 투명성은 기본이다. 최씨는 “모금을 시작할 때부터 어디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아주 자세한 목록을 만들어 기부자들에게 공개한다”며 “사후평가도 철저하게 해 때로는 회계감사 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20%까지 들어가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기준으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투명성에서는 예외가 없다. 옥스팜이 펼치는 400여개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옥스팜은 재정과 사업성과를 알리는 연례보고서 외에 책임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애쉬워스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굶주림 없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옥스팜은 투명성과 책임감을 요구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부터 그런 자격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영국인들이 옥스팜 가게에 소중한 물건을 기꺼이 기부하고, 지갑을 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옥스퍼드(영국)=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