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기 전에 가족 등에게 1억 유로(약 1352억원)의 몸값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몸값 지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테러단체에 자국민이 인질로 붙잡힐 경우 유사사태 방지를 명분으로 몸값을 주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카타르 같은 중동 국가는 돈을 주고라도 인질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스페인 기자 2명이 IS의 억류에서 벗어났으며 4월에는 프랑스 기자 4명이 풀려났다. 스페인과 프랑스 정부는 이들의 석방 과정에 몸값을 지불했는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한 명당 최소 1000만 달러(약 101억원)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04년 이후 알카에다와 다른 테러단체에 억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지급한 몸값이 최소 1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몸값을 주더라도 인질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IS가 폴리에 이어 다음번 참수 예정자로 스티븐 소트로프 기자를 예고해 부담을 주고 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몸값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 변화"라며 "그래서 쉽게 몸값을 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1979년 제정된 애국법이다. 애국법은 테러단체에 대해 금품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지원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일단 테러단체에 몸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테러리스트에게 양보하지 않으며 몸값을 지급하지 않는 것 역시 이 양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붙잡혀 있던 보 버그달 육군 병장을 데려오기 위해 관타나모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탈레반 테러 용의자 5명과 교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IS는 폴리를 비롯한 외국인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몸값과 함께 '레이디 알카에다'로 불리는 아피아 시디키 박사 등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요구를 내걸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신경학을 연구한 파키스탄 국적의 시디키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 계획이 적힌 종이를 갖고 있다 현지 경찰에 붙잡혀 현재 징역 86년형을 선고받고 미국에 수감돼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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