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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손병권] 오바마 탄핵론과 美대통령제

입법 대신 행정명령 통한 정책 추진이 원인

[글로벌 포커스-손병권] 오바마 탄핵론과 美대통령제 기사의 사진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의회가 대통령의 권력남용 등 중대한 잘못을 심판하는 제도로 운영되어 왔으나, 의회에 의한 실제 탄핵 행사는 매우 드문 것이 일반적이다. 권력분립의 대통령제 하에서 법안거부권을 통해서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할 수 있었다면, 의회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인사에 대한 인준권이나 조약체결에 대한 비준권 등을 통해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탄핵은 극단적인 조치로 통한다. 탄핵정국을 헌정위기로 생각할 것 없이 대통령과 의회 간 대립을 해소하는 데 적합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자는 주장들이 민주주의 공고화 성공 이후 남미학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통령제 국가에서 탄핵 논의는 헌정위기와 관련돼 있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는 극히 드물게 행사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소송제기에 이어서 이제는 탄핵론까지 나타나고 있다. 왜일까.

지난 7월 하절기 의회 휴회 이전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0년 초 통과된 의료보험 개혁법인 적정의료법에 의하면 50인 이상을 고용한 작업장의 고용주는 2014년부터 반드시 피고용자의 의료보험 가입을 준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절차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업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1년 유예키로 결정했는데, 베이너 의장은 이것이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대통령이 시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헌법에 저촉돼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연기 조치가 위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인데, 실은 대통령이 법률 집행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이는 위헌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베이너 의장마저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안이 한여름 미국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법률로서 뒷받침돼야 할 여러 정책 조치를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처리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으므로 탄핵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공화당 강경파의 논리인데, 그 단초는 남미계 불법 이민체류자의 본국송환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 다수당의 반발로 남미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이민법 개정이 지지부진하자 행정명령을 통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우호적 완화책을 취하려는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5년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낼 프랑스의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공화당 반발로 탄소배출규제에 관한 상징적인 국내법 제정도 어렵게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서 전력발전소의 탄소배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위헌적이라는 게 공화당 일부 강경세력의 입장이다.

이와 같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원에서 어느 정도 타협이 된 주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우회하면서 일정 수준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것인데, 이에 공화당의 불만이 쌓이면서 이번 탄핵론이 모양 사납게 등장한 것이다. 원래 미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대통령제 정부 형태는 의회가 협력해 대통령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는데, 1990년대 중반 이래 양대 정당, 특히 공화당이 극단적으로 이념화되면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은 백악관 노선에 무조건 반대하는 정파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온건 양당체제의 붕괴가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국가주도형 중국 경제발전모델의 득세, 중동민주화의 좌절, 유럽 복지체계의 위기와 함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예상치 못했던 정당정치의 폐해로 미국 대통령제의 장기 교착상태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불신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 간 상호 타협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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