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33) 캐주얼하지만, 멋있게 기사의 사진
조 프레시 제공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옷을 편하게 입어내고 힘을 뺀 듯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피력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캐주얼 시크’라는 강력한 스타일을 양산한다. 정장 차림이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도 남다른 멋이 실려 있다.

캐주얼하고 시크한 차림의 핵심은 정장 냄새를 풍기는 소위 ‘진지한’ 옷과 청바지나 티셔츠처럼 ‘말랑한’ 옷을 적절히 섞는 기술에 있다. 이를테면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다든가 청바지에 화려한 탱크톱을 매치하고 정장 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식이다.

‘캐주얼하면서 시크하게’라는 구호를 되뇌며 옷을 입는데 고민을 더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원동력은 파리 여자들의 똘똘한 패션 감각이었다. 검은색 티셔츠 위에 얹힌 진주 목걸이는 중후한 진주를 젊은 공기로 감싸는 듯했고 똑 떨어지는 무릎길이 펜슬 스커트에 받쳐 신은 흰색 테니스화는 점잖은 스커트의 표정을 환하게 만드는 어여쁜 미소 같았다. 브이자 파임이 등 뒤에서 그려지게끔 스웨터의 앞뒤를 바꿔 입는 감각, 단추가 일렬로 달린 원피스를 (얇은 상의와 레깅스로 위아래를 맞춘 후) 겉옷처럼 걸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파리지앵 특유의 재치는 아직까지 나의 ‘옷 생활’의 근간을 이룬다.

나사를 풀어야 못이 빠지듯 멋도 힘을 빼줘야 숨 쉬고 또 숨을 쉬어야 어색하지 않다. 편하게, 멋있게 옷을 입기 위해서는 상반된 성질의 옷을 섞어 입을 줄 알아야 한다. 즉 캐주얼하고 포멀한 요소들을 버무리는 과정 자체가 멋을 연마하는 길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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