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준호] 공무원연금 제대로 바꾸자 기사의 사진
나라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과 교사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금 개혁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를 바꾼 지 5년 밖에 안 되는데 무슨 개혁”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1990년대 이후 5∼10년 단위로 이루어져 마지막 개혁은 2010년에 있었다. 그런데 개혁 효과가 2010년대 이후 임용자에게 집중되고 재직자의 부담이 작다 보니 다시금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도입된 기초연금과 2009년 이후 5년째 계속되는 저금리와 저성장이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의 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이 이전 기초노령연금 때보다 5% 포인트(소득대체율 기준) 줄어 공무원연금과 격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 저금리와 저성장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금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가령 월 평균 220만원의 공무원연금은 이전에는 5억∼6억원의 퇴직일시금에 상응했지만 지금은 두 배 이상인 11억∼12억원의 퇴직금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국민들의 연금 인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1995년 이후의 세 차례 개혁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필요성을 느끼고 여기에 외부에서 강력히 주문해야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자에는 국민연금이 개혁될 무렵 이와 병행해 개혁 작업이 추진되었다. 2000년과 2010년 개혁이 대표적이며 지금의 논의도 기초연금법 도입과 연관되어 진행되고 있다. 난항을 거듭하던 기초연금 도입이 지난 5월 안철수 대표 등 야권 일부의 협조로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현안 과제로 남았다.

관심은 정부·여당이 공무원과 수급자의 저항을 무릅쓰고 연금법 개정에 나설 것이냐, 개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바꿀 것이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여당과 청와대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큰 줄거리는 퇴직 후 수급하는 전체 연금액은 크게 줄이지 않되 구조를 바꿔 매월 수령하는 공무원연금은 수준을 대폭 줄이고 퇴직 시 일시금 형태의 퇴직수당을 민간 근로자 퇴직금 수준으로 대폭 늘린다는 것, 그리고 재직자가 매월 내는 기여금을 지금보다 좀더 올려 예산으로 지원되는 적자보전금 규모를 줄인다는 것 정도인 듯하다. 이상의 검토안은 앞으로 공무원노조 등 가입자 대표와 공익대표, 전문가 등이 포함된 발전위원회 등에서 논의된 다음 합의안이 나오면 개정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사회에서 직업에 따라 연금(퇴직금 포함)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이전부터 단계적으로 차이를 줄이고 가능하면 과감한 개혁으로 새로 취업활동에 나서는 국민들에게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자고 주장해 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규 임용자부터 국민연금을 적용하고 재직 공무원에게는 현 제도를 퇴직 시까지 적용하고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재정으로 부담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일신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재정이 더 들어가지만 정부가 이를 부담할 여력이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 방안이 재정이 절약되고 공평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정부의 임기가 1년 반 이상 경과하고 있는데 지금이 개혁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기초연금법이 예상보다 쉽게 통과되면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공무원연금법 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없지 않다. 공무원연금을 바꾸려면 미봉책이 아닌 제대로 바꿔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개혁 방안을 모색해 향후 20년, 30년이 지나도 크게 바꾸지 않고 지속할 제도를 만들어보자. 제도 도입 후 55년째인데 언제까지 미세조정 방식의 개혁을 지속할 것인가. 이해관계자 모두의 성찰을 촉구하고 싶다.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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