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조석] 여름 잘 지내셨습니까 기사의 사진
늦장마가 내리면서 여름이 한 발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여름에 비해 올여름은 그다지 덥지 않았다. 7∼8월 평균온도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나 올해나 큰 차이가 없지만 전력량에 여유가 있어 냉방시설 가동이 원활했던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 배경에는 대용량 전력원이자 에너지 안보의 버팀목인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건설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물리학자이자 미국 버클리대 교수인 리처드 뮬러는 저서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에서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며 후쿠시마, 멕시코만 기름 유출, 지구온난화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이슈를 풀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먼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약 82%가 중동국가에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쟁이나 테러 또는 자연재해 등으로 에너지 안보 상황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석유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석탄과 가스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석탄은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용량을 늘리기 어렵다. 가스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인데, 셰일가스의 발굴로 전 세계가 가스시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수입해 오는 것은 어렵고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도 경제성을 갖추기가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다. 다행히 준국산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국내에 23기 운영되고 있어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 문제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가 0.75도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1.7도 상승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 다른 기준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중간에 위치하다 보니 협상장에서 자리매김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원의 구성비(에너지 사용처의 구성비)를 분석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 산업구조는 철강, 자동차, 조선 등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할 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민총생산(GDP)의 약 30%에 이른다. 이렇듯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에너지 사용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기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조업의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면 경제성장의 둔화와 직결될 것이다. 에너지 안보 지수가 매우 낮은 우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아이러니한 것이 아닐까. 헌신적인 노력과 책임감으로 차질 없이 전력 공급을 해온 분들 덕분에 전기 걱정 없는 풍요로운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전기의 고마움을 잊고 살아온 경향이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야말로 국가 경영의 필수 사안이며 중차대한 과제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봉착해 있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균형 있는 시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보유한 자원이 거의 없고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에너지를 선택하느냐는 경제발전뿐 아니라 국가의 명운까지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기를 기원해 본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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