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남성현] 한국판 조앤 롤링 가능할까 기사의 사진
무명 시절 끼니를 때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무려 300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받은 저작권료는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한국판 조앤 롤링은 요원하다. 2004년 우리나라의 한 무명 작가가 어린이 그림책을 출판했다. 그의 책은 40만권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고 뮤지컬, TV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되어 4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저자가 받은 금액은 인세 850만원과 전시회 지원금 1000만원을 합해 고작 1850만원에 불과하다.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씨의 이야기다.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매절계약

출판사가 백씨에게 요구한 계약은 ‘매절계약’이다. 매절계약은 일정 금액의 인세만 받고 1차, 2차 저작권 일체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것이다. 말이 계약서지 출판사가 갑을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 정상 계약이었다면 받았어야 할 십수억 원을 저자가 강탈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창작물을 2차적으로 활용할 때 저자의 명시적 허락을 받도록 제도를 바꾸었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매절계약 자체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저자는 또 다른 편법에 희생양이 될 것이다.

우리 교회 성도 중 공항택시를 모는 분이 있다. 공항택시는 보통 호텔 직원에게 뒷돈을 주어야 손님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손쉬운 거래를 일절 하지 않는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그런 편법을 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전 대한성서공회에서 열곤 했던 성경 원어강좌에 열심일 정도로 성경을 사랑하고, 공항택시를 하는 지금은 일본어 전도지를 비치하고 일본인 승객들에게 복음 전하는 걸 사명으로 생각하지만 매주일 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우리 사회의 하층민은 주일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제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하루라도 일을 빠지면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힘들게 택시 운전을 하는 그의 현재에 공감이 간다. 나는 가끔 택시를 이용하는데 회사택시 운전사 중 현재의 요금체계에 대해 만족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회사가 요금 인상분보다 사내납입금을 더 올리는 편법을 써서 결국 수입이 더 줄었다는 한탄 어린 분노가 귓전을 울린다. 그렇지만 대표적인 ‘을’인 회사택시 운전사들에겐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욕심은 ‘갑’도,‘을’도 상처입혀

만약 우리 사회 전반이 갑을관계의 불공정 행위로 촘촘히 엮여 있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욕심의 마귀에게 제대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탐식과 부정(不貞)에 이어 ‘욕심의 마귀’를 세 번째 마귀로 간주했다. 충족될 수 있는 욕심이란 없다. 채워지지 못한 욕심은 영혼을 성나게 하여 타인을 화의 먹이로 삼고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든다. 그러기에 욕심은 일만 악의 뿌리이고 마귀 자체다(딤전 6. 10). 욕심은 ‘갑’뿐만 아니라 ‘을’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갑이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에 을에게 화를 낸다면 을은 마땅히 받아야 할 자신의 몫을 받지 못하기에 분노하게 된다. 분노하는 만큼 을도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갑도 을도 모두 서로 으르렁거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욕심의 마귀에게 농락당한다는 증거다.

갑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면 제도를 개선해 적절한 선을 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길이다. 그래야 을도 보호받을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도록 이끄는 것이 신앙의 길이라면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제한해 사회 갈등을 줄이는 것은 법과 제도가 할 일이다. 욕심을 제한한다고 해서 구원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임하면 구원의 길은 사라진다. 탐욕을 절제하게끔 양심의 길을 밝혀주어야 구원의 길 언저리라도 바라보고자 할 것이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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