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관심을 기사의 사진
88서울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난 그해 10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았었다. 다소 쌀쌀했던 이날 장애인 육상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리가 온전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역주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를 넘어 인간 승리의 감동 그 자체였다는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날 아쉬웠던 것은 썰렁한 경기장이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관중들로 가득했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였다.

이제 1주일 후면 40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다. 대회가 임박해서인지 언론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밤을 새서라도 준비하고 노력하는 우리 국민성이 있으니까 이번 대회도 성공리에 치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친 2주 후인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1주일 동안 개최되는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다. 양 대회의 지원 상황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보는 것만큼이나 국가적 지원과 관심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두 대회는 조직위원회가 다르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정부뿐 아니라 다수의 대기업들이 후원사나 파트너사로 나서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는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정부, 기업, 민간의 지원과 관심이 미흡하다.

선진국은 국민 1인당 소득이 얼마인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력이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잘 돼 있는지도 중요한 잣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별, 직업별, 지역별 다양한 불평등이 상존하는 과도기 사회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여전히 동정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약 250만명이며 그중 선천적 장애는 10%에 불과하고 90%가 교통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장애로 분류된다. 장애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더욱이 근래 많은 가정에서 한두 명의 자녀만 키우다 보니 사랑이 넘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을 염려하는 기성세대들이 많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시켜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모들이 자녀를 붙잡고 전통적인 인성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입시 경쟁에 매몰돼 있는 학교와 같은 공교육 기관에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한번이라도 해 본 가정이라면 자녀들과 함께 이번에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경기장을 꼭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 한계에 맞서 불굴의 투지로 도전하는 아시아 각국의 장애인 선수들을 보면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감동을 느끼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스포츠가 감동과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해서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휠체어 농구의 경우 서구에서는 프로 경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스포츠 대회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열린 첫 번째 대회다. 영국이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열렸을 때 6만석 규모의 육상경기장 표가 매진됐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아시안게임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빠듯하다. 정부와 기업은 아시안게임 못지않게 대회가 성공리에 치러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줄 것을 기대한다.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