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훈삼] 상식적인 물음에 답하는 사회 기사의 사진
슈퍼문의 한가위임에도 우리 마음에는 보름달이 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50일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10명의 실종자가 바닷속에 있고,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단식과 노숙을 통해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엽기적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쟁반같이 둥근달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까닭이다. 사고의 진상에 대한 궁금증과 재발 방지에 대한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지만 사고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온갖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 사회는 상식 사회

선진 사회를 가름하는 한 기준은 상식이 통하는 것이다. 상식이란 보통 사람이 공감하는 지식, 이해력, 판단력, 사려분별력 등이다. 근래 우리는 상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설명을 자주 들었다. 천안함 침몰, 4대강 효과, 군대 내 각종 사고가 그랬다. 그중에서도 세월호는 몰상식의 집합소가 돼버렸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왜 배 안에 갇혀 있던 승객들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인 배 안의 CCTV는 정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꺼번에 꺼질 수 있었는지, 배에서 발견된 업무용 노트북에 자판기, 샤워실, CCTV 작업, 환풍기 채색, 직원 휴가 계획, 수당보고서 등 배 주인이 관리하는 사항들이 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문서화돼 있었는지, 사고 당일 오전 10시와 11시 두 번이나 해군참모총장이 공문으로 통영함 출동대기 명령을 내렸지만 참모총장의 명령을 과연 누가 취소할 수 있었는지, 6835t의 거대한 여객선이 그렇게 급격하게 변침한 이유는 무엇인지, 유병언의 사망에 관한 갖가지 의혹, 침몰하는 배의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범죄자인 선장과 선원들을 왜 해경 직원 아파트와 모텔에서 재우는 특별대우를 했는지, 그리고 304명이 생매장된 국가적 참극의 시간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있으면서 도대체 무얼 했기에 7시간 동안 어떤 회의도 열지 않고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인지….

이것들은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이 의문점들 중 여러 부분은 권력과 연계돼 있기에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독립적 조사 권한 확보가 가장 중요하며 바로 이것이 세월호 특별법의 요체다. 이처럼 국민이 궁금해 하고 재발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일이라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누구보다도 사고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도 사실은 상식 아닌가!

다음 보름달은 제대로 봤으면

지금 청와대 앞과 광화문,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밥을 굶으면서, 생업을 잠시 미루면서까지 외치는 것은 바로 이 전문적이지 않은 궁금증에 대해 누구라도 좀 책임 있게 대답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우리 사회의 언론이 가장 많이 다룬 문제, 대한민국의 중심지인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노숙과 금식을 하고 있는 문제, 이것 때문에 국회가 장기간 공전되고 있는 이 문제가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대통령이 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정부는 어둠 속에 있는 의혹을 밝은 광장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건의 핵심을 공론의 광장으로 끌어내서 이에 대한 수많은 주장을 다시 정리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상식적인 역할이다. 왜냐하면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진실보다 더 강한 권력의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 보름달은 가득 찬 마음으로 보고 싶다!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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