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무죄·국정원법 유죄] 공무원 선거운동 좁게 해석… 상급심서 쟁점될 듯 기사의 사진
법원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에 따른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활동을 선거운동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국정원의 정치 관련 댓글·트윗글들이 정치개입에 해당하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85조 1항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의 선거운동'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다. 향후 상급심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입 맞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다'=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가 11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국정원의 정치개입 트윗글(리트윗 포함)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78만여건 중 일부인 11만3621건이다. 국정원 직원 계정으로 의심되는 1157개 트위터 계정 중 사이버 활동에 사용된 것이 확실치 않은 계정 982개에서 작성된 글들을 제외한 결과다.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찬·반 클릭 1214건과 게시글과 댓글 2125건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된 글들이 모두 국정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정보활동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수집 및 작성·배포에 한정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관련 국정원법의 입법취지 자체가 국정원의 정보활동 범위를 제한해 국내 사찰과 같은 권한남용·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정치인이기도 한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이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행위는 법이 정한 테두리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던 국정 현안에 대한 홍보성 글들이 사례로 언급됐다.

하지만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가 선거운동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의 낙선 또는 당선을 위해 능동적·계획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전직원들이 선거 과정에서 물의를 야기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라'는 식으로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원 전 원장이 선거 개입을 지시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정치개입 사이버 활동이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전환됐다면 드러났어야 할 특정한 계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정치개입 활동 인정=재판부는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의 지시자가 원 전 원장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원 전 원장은 매달 열리는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일관되게 적극적인 국정홍보를 지시했다. 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 등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이런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이, 함께 기소된 이종명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심리전단장 등 지휘계통을 통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런 활동은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행위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원 전 원장을 꾸짖었다. 다만 위법성을 인식했다거나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정치공작이 목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원 전 원장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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