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광형] 영화 독과점 해법은? 기사의 사진
추석 연휴 극장가 승자는 ‘타짜: 신의 손(타짜 2)’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타짜 2’는 지난 5∼10일 207만2732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이 영화의 11일 현재 누적 관객은 256만명이고, 스크린 수는 716개다. 전국 4000여 스크린 중 17.5%를 이 영화가 점유했다.

2위는 최민식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루시’로 472개관에서 156만명을 모았고, 강동원·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396개관에서 128만명으로 3위에 올랐다. 김남길·손예진 주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387개관에서 815만명을 불러 모았다. 다양성 영화로는 드물게 ‘비긴 어게인’이 312개관에서 150만명을 돌파했다. ‘타짜 2’의 독주를 제외하면 골고루 선전했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41개관, 화제를 모은 독립영화 ‘족구왕’이 27개관, 한국 대표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메밀꽃, 운수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17개관에서 상영된 것에 비하면 ‘타짜 2’의 스크린은 월등하게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 최대 1586개관(39.6%)까지 독점했던 ‘명량’과 비교하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관객 1800만을 바라보고 있는 ‘명량’은 한국영화의 유례없는 대호황을 이끈 선봉장이었다.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과 흥행 양극화 같은 그늘도 남겼다. 올여름 배급사별 점유율을 보면 ‘명량’의 CJ E&M이 55.2%로 1위, ‘해적’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22.6%로 2위다. 대형 배급사들이 전체 스크린의 78%가량을 독식한 것이다.

‘명량’의 투자는 CJ엔터테인먼트, 배급사는 CJ E&M, 주 상영관은 CJ CGV다. ‘해적’의 투자 및 배급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 주 상영관은 롯데시네마다. 대기업 영화의 경우 자체 계열사 극장에서 스크린을 독차지한다. 다양성 영화는 새벽이나 심야에 한두 번 틀어주고 낮과 저녁은 대부분 자기네 영화로 도배하는 실정이다.

영화 독과점이 도마에 오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직계열화를 포함한 영화산업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9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배급하는 영화를 스크린에 집중 배분한 것이 불공정행위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김 장관은 ‘명량’의 성공이 고무적이라면서도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일부 대기업들이 너무 과하다는 걱정이 있다”며 영화 성수기를 맞아 수직계열화를 통한 스크린 독점 등을 개선 사항으로 지적했다.

대기업 배급사도 할 말은 있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더라도 관객들이 보지 않는데 마냥 틀 수만은 없다” “‘명량’이 세대를 초월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했는데 스크린 독과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등등. CGV의 경우 다양성 영화 활성화를 위해 ‘무비꼴라주관’을 운영 중인데 이런 점은 평가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국내에는 2000여개의 영화제작사가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명량’과 ‘해적’ 등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이른바 ‘작은 영화’는 상영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영화사도 살리고 관객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16일 각계 인사를 초청해 ‘한국영화산업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니 기대해 본다.

이광형 문화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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