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이승한] 비긴 어게인

[삶의 향기-이승한] 비긴 어게인 기사의 사진
크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온다. 하지만 데이브는 일약 스타가 되고 변심한다. 뉴욕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담은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드는 꿈에 부풀어 있던 싱어송라이터인 크레타는 대학동창 뮤지션을 찾아간다. 어느 날 동창 뮤지션이 DJ로 일하는 뮤직바에서 자작곡 ‘잃어버린 별들’을 부른다. 음반회사의 설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댄은 얼마 전 해고된 뒤 우연히 들른 이곳에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음반 제작을 제안한다. 댄은 자신이 설립한 음반회사의 자본을 끌어들여 노래를 만들려고 하지만 크레타는 진정성이 없다며 거절한다. 가난한 그들은 길거리 밴드를 만들고, 뉴욕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거리의 소음까지 녹아 있는 노래를 만든다. 그들은 거대한 자본의 횡포와 상업성의 유혹에 맞서 순수한 음악을 위해 다시 노래를 시작하고, 독자적으로 음반을 판매해 수익은 모두 공정하게 나눠 갖기로 한다.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의 줄거리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러나 영화는 가난하고 상처받고 절망 가운데 있는 거리밴드 뮤지션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순수한 음악을 위해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진정성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진정성에 목마른 시대

무더웠던 지난 8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명량’이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한을 풀어 준 영화였다면 ‘비긴 어게인’은 자본의 탐욕과 인간의 순수함 사이에서 상처 입고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찾아 ‘다시 시작하라’는 희망을 준다. 두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삶의 진정성이다. 이순신 장군이 패배감에 젖어 있는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그의 진정성이었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그의 말은 병사들에게 ‘마른 뼈에 생기가 돋듯’ 힘과 용기를 줬다. 댄으로부터 상업자본으로 음반 제작을 하자고 제안 받은 크레타는 음악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물었다. 크레타의 말에 댄은 잃어버린 꿈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진정성에 목말라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진정성을 갈망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이 장기화되는 것도 여야 정치권과 유가족들이 서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종교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앙신념과 진영논리에 따라 서로 믿지 않는 세상이 됐다.

한국교회는 어떤가. 진정성을 가진 리더십이 있는가. 교회의 지도자들, 특히 연합기관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분열, 한기총에서 갈라져 나와 생겨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위한 대화, 개혁을 외치는 세력들의 말과 행동, 그 어느 곳에서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복음으로 다시 시작하라

‘비긴 어게인.’ 다시 시작하라. 한국교회의 위기니 침체니 하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순수한 복음의 열정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 알던 그 첫사랑으로 돌아가자.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사랑했던 돈과 명예와 권력을 내려놓고 예수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세례 요한의 외침이 그립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