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최계운] 물과 미래 기사의 사진
이른 추석이었다. 때문에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 건 성묫길에서였다. 산소로 오르는 길 옆 야산의 햇밤이 어느새 하나 둘씩 입을 열고 있었다. 그날 밤 올해 두 번째 슈퍼문이라는 보름달에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행렬에도 온갖 풀벌레가 함께하고 있었다. 아직 이르다 여겼지만 그건 우리네 생각일 뿐이었고, 가을은 이미 와 있었다.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문득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던 누군가의 가르침이 생각났다. 물의 미래에도 생각이 미쳤다. 조금 더 밝고 건강한 내일을 위해,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의 혜택을 변함없이 누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봤다. 맨 먼저 떠오른 것은 변화의 방향과 흐름을 미리 파악해 이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일이었다. 가장 주목해 볼 최근의 물 관련 변화는 스마트 시대 개막과 빅데이터 활용이다.

얼마 전까지 정보통신의 주요 수단은 편지, 전화 등이었지만 지금은 센서나 유무선 통신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따로 판단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시설이나 공작물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를 생각한다.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가장 바람직한 물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IT와 물 관리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종 물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물 자원의 이송 관리를 최적화해 필요한 물을 적재적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수원지에서 수도꼭지에 이르는 전 과정의 수질 정보를 직접, 바로 알 수 있어 수돗물에 대한 믿음과 음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물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이 특별히 중요해졌다. 정보화 시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수많은 디지털 정보가 만들어지고 있다. 비정형의 이 정보들은 엄청난 용량인 데다 생성 속도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라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변했다. 기술 발달로 관리가 가능해졌고, 세계는 그 활용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추출하고 활용하기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물 분야에도 빅데이터 활용이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물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활용, 정부 3.0의 실행과 대국민 서비스 제고,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다. 특히 기후변화 또는 이상기후에 대비하려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기관 간에 기상 및 수문 자료를 공유·협력·활용해야만 한다. 강우 예측, 홍수 분석, 저수지 운영 등이 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경제와 복지를 극대화하는 통합 물관리(IWRM) 실현을 위해서도 빅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 관련 부문 간 상호 연계가 미흡하고, 정보의 관련 기관 간 공유도 제한적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예측 모델과 분석 기법을 개발해야 하고, 인간존중, 권리보호 등의 측면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은 아무리 미약해도 큰 의미를 가진다. 손놓고 앉아서 맞는 미래와 준비해서 맞는 미래가 같을 수 없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변화는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시대는 눈을 부릅뜨고 살펴서 준비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모아 인류의 미래, 물의 미래를 밝혀가자.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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