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일순] 담뱃값 인상은 윈-윈 정책 기사의 사진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심이 되어 전 국가들이 함께하는 세계금연의 날이다. 매년 세계금연의 날에는 인류 건강과 관련한 주제 하나를 정해 논의하는데, 올해 주제는 ‘담뱃세를 인상하자(Raise Taxes on Tobacco)’였다. WHO는 담배를 공중보건상 인류의 제1의 공적(公敵)으로 선언하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50여년간의 경험과 연구 결과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금연지원 방법은 담뱃값 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는 올해 세계금연의 날 주제로 담뱃값 인상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됐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담배 규제를 위한 국제조약(FCTC) 평가회의에서 각국의 담뱃값 수준을 평가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98위로 나타났다. 서민물가 안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재정 당국에서는 반길지 몰라도 우리나라가 차기 FCTC 의장국을 맡게 된 상황에서 국제적 망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똑같은 가격으로 담배를 공급하는 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세계 최저 수준의 담배 가격과 함께 OECD 최고 수준의 남성 흡연율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낮은 담배 가격을 유지해 생기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담배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정책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흡연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도록 하여 고통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비윤리적인 정책이라고 단언한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국민 의료비도 간과할 수 없는 손실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앞으로 닥칠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 수 증가를 미리 막아 복지비용을 줄이려는 비윤리적 정책이란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논리는 과거 모 다국적 담배회사가 담배 도입과 소비를 촉진할 때 얻는 이득의 하나로 제기한 논리인데, 당시 강력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혹자는 담뱃값을 인상하면 서민층의 부담이 증가하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필자는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 흡연자 중 일부는 담뱃값 인상이 부담이 되어 금연을 선택할 것이다. 바로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 및 재정상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그룹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격 인상폭이 크면 클수록 금연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아진다. 건강에도 좋지 않은 담배를 끊으면서 용돈도 생긴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금연하지 못한 일부 흡연자는 흡연량을 줄여 경제적인 부담에 대응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담뱃값을 두 배로 인상하면 현재 하루에 20개비를 피우던 사람이 그 절반인 10개비로 줄이는 식이다.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흡연에 의한 건강 피해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경우도 경제적 부담 없이 오히려 건강의 큰 혜택을 받게 된다.

담뱃값 인상으로도 흡연량을 줄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가와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 가격이 올랐음에도 줄이지 못하는 것은 ‘중독’이고, 이는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분야다. 담배 가격 인상으로 흡연율이 크게 떨어져 정부 수입이 감소되기를 바라지만, 만일 정부 수입이 증가한다면 증가하는 재원은 담배에 ‘중독’된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쓰여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담뱃값 인상은 장기적으로 흡연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을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금연에 효과가 특히 높다. 바로 금연정책 대상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계층이다.

정부가 10년 만에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서민들 부담을 의식해 담뱃값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국회와 정치권은 오히려 서민들에게 큰 불행을 주어 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흡연자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주길 바란다. 보건 당국도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이번에는 반드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김일순 연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