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국민의 국회탄핵권 어떨까요? 기사의 사진
국회의원은, 국회가 거부하면 체포할 수 없고, 구속된 경우에도 국회가 요구하면 풀어줘야 한다. 이른바 불체포특권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은 재임 중에도, 그 후에도 효력을 갖는다. 헌법 규정이다. 대통령의 경우는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동시에 공소시효도 정지된다. 당연히 퇴임 후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2·12 및 5·18 등 헌정질서파괴범죄에 대한 사법적 징벌을 면할 수 없었던 게 그 때문이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터 개헌론자다. 야당 정치인들도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해 왔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하면 임기를 늘려주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은 맞는데, 대통령의 힘을 강화시켜주자는 게 아니라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내각제적 요소가 강화된 대통령제’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탓하지만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탓에 정치가 사생결단의 무한대결 구도에서 못 벗어난다고 개헌론자들은 주장한다. 그럴듯한 말이긴 한데 선후가 뒤바뀐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커서 국회가 위축되어 버린 것인지, 중앙당 중심의 정당체제가 정치를 실종케 한 것인지를 밝혀낸 후에야 ‘분권형 권력구조’를 주장할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사회 이곳저곳에서 ‘국회 무용론’ ‘국회 해산론’이 나오고 있다. 국회와 여야 정당들이 국민적 불신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 대의민주정치체제의 위기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것보다 더한 심각한 사태가 어디 있겠는가.

다시 헌법으로 돌아가자. 대통령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소추를 당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역시 같은 조건의 표결로 제명당할 수 있다. 헌정사에서 각각 한 번씩의 선례가 만들어졌다. 1979년 10월 4일, 국회 본회의는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제명안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김 총재는 제명당했고, 노 대통령은 헌재 덕분에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쨌든 국회의원들이,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헌법적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5년 단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가 불가능한 권력구조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국민의 심사는 아예 모른척한다.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300명이 같이 당하는 것이어서 별로 심각히 여기지도 않는다.

유권자가 제재할 수 있어야

국회의 탄핵소추권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 국회 해산권이겠는데, 대통령제 하에서 그런 헌법조항을 두게 되면 ‘유신 및 5공의 부활’이라는 비판과 저항이 들불처럼 일어날 게 뻔하다. 그렇다면 대통령 대신 국민이 탄핵소추권을 갖게 하는 수밖에 없겠다. 단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에 대해서다. 탄핵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든다면 ‘국회의원 총소환제’는 어떨까?

여야 정당들과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정치 혁신을 원한다면 변죽만 울리거나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자기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을 않고 받은 상여금 388만원인가를 반납하겠다는 의원도 있는 모양이던데, 그런 식으로 한국 정당정치 및 의회정치의 고질이 고쳐진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국민탄핵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인 여러분?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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