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미인의 얼굴에 바늘을 꽂겠다니 기사의 사진
정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관광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우선 강원도 양양 오색약수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과 멀지 않은 끝청이나 관모능선까지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내년 하반기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동해 바다나 설악산 일대가 다 보인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들도 설악산을 좋아한다. 오색 케이블카는 동해안 관광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큰 산들이 웅장하거나 아기자기한 능선을 오롯이 보여주는 날은 1년 중 초가을과 여름철 장마 직전을 비롯해 며칠 되지 않는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가까운 동해 바다가 보이는 날도 150일 안팎이라고 한다. 게다가 동해 바다를 보는 것은 끝청 등 검토 중인 케이블카 도착점에서 대청봉 쪽으로 연계산행을 허용해야 가능하다. 현행 규정상 불가능하다. 이 사업은 2012년,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의 두 차례 심의에서 모두 부결됐다.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 서식지를 지나는 등 환경훼손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또한 설악산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가 허용되면 지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건설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은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의 성공사례를 든다. 지난해의 경우 통영 주요 관광지 방문객 635만명의 20%가량인 137만명이 케이블카를 탔다. 국내 1급 관광지인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통영에 오는 것이 아니라 청정해안, 문화유적, 예향의 정취, 제철 해산물을 즐기면서 덤으로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따라서 케이블카의 경제적 효과 1500억원은 본말이 전도된, 과장된 수치다.

전경련이 언급한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높은 산은 우리나라 산들과 차원이 다르다. 해발 3000∼4000m대 산에서 철도와 케이블카가 닿는 곳은 나무와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고, 전문적 장비 없이는 연계등반이 불가능한 곳들이다. 관광객 활동은 만년설과 산봉우리를 구경하거나 스키를 타는 일이 전부다. 반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면적의 보호구역에 너무 많은 탐방객이 몰린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아예 없다. 1960년대 케이블카 붐이 일었던 일본 국립공원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는 구간 연장공사 1건 이외에는 추가 건설이 없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케이블카 승객들의 연계산행으로 인한 고산지대 생태계 파괴 우려다. 연계산행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2만원 가량 받아야 할 요금의 본전을 뽑으려는 탐방객과 수지를 맞추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연계산행 허용 요구를 환경부가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밀양 얼음골 가지산 케이블카는 완공 1년 만에 이용객이 60%가량 급감하자 경남도와 밀양시는 등산로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주말이면 대청봉 팻말에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이 줄을 선다. 여기에 케이블카 손님들까지 대청봉으로 몰려가면 고지대에 서식하는 노란만병초, 홍월귤, 눈잣나무, 만주송이풀, 등대시호, 세잎종덩굴, 장백제비꽃 등 멸종위기 및 희귀식물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

지리산이 ‘어머니 산’이라면 설악산은 ‘미인 산’이라고 한다.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설악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탑을 꽂으려 하고 있다. 이는 미인의 얼굴에 바늘을 꽂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국립공원 내 도로에는 가드레일, 낙석주의 표시판, 볼록거울 등도 없다. 국립공원의 보존 대상에는 생태계뿐 아니라 경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케이블카 확대 방침을 발표한 자리에 환경부 인사들을 참석시키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양군 케이블카 계획에 대해 “환경성을 보완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해 제출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국립공원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부처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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