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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초석 놓은 언더우드] (13) 언더우드와 ‘하나님’ 이름

여호와를 ‘샹뎨’로 번역… 훗날 ‘하나님’으로

[한국 기독교 초석 놓은 언더우드] (13) 언더우드와 ‘하나님’ 이름 기사의 사진
언더우드는 여호와 신 개념이 하나님이란 이름으로 사용되기 이전까지 '샹뎨(上帝)'라는 말로 표기했다. 그리스도신문사를 통해 발행했던 전도지 '샹뎨진리' 내용.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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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한국 전래와 수용 과정에서 대두된 큰 문제는 '여호와(YHWH)' 라는 기독교의 최고 신 명칭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용어였기에 이를 둘러싸고 선교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았고 논란도 오랫동안 극심했다. 성경 번역과 찬송가 편찬, 전도문서 간행 사역에서는 물론이고 전도와 예배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속히 결정해야 할 급선무였다.

중국의 한문 성경에서는 '상제(上帝)'로 번역되어 있었다. 중국에서도 이런 번역 문제로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중국인들은 많은 신을 섬겨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천주교인들이 '천주'라고 호칭하고 있었고, 만주에서 로스 목사가 주도해 간행한 한국어 성경에서는 '하느님'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지전능한 최고의 신을 '하늘님' '하느님'으로 불러오고 있었다. 일본에서 이수정이 번역한 마가복음에서는 일본의 호칭에 따라 '신(神)'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모든 신보다 뛰어나고 유일신관을 내포하는 개념

언더우드는 마가복음을 새로 번역하면서 ‘샹뎨’로 표기했다. 일본인이 부르는 ‘신’은 일반적으로 귀신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한국인들이 부르는 ‘하늘님’에서 파생된 ‘하나님’도 사용하지 않고, ‘샹뎨’나 ‘상주’ ‘참신’이라고 부르기를 주장하였다.

1893년에 자신이 간행한 ‘찬양가’에서 그는 ‘아버지’ ‘참신’ ‘여호와’를 사용하였다.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하나님’과 ‘신’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논쟁은 불이 붙었다. 당시에 마펫이나 스크랜턴은 ‘하나님’과 ‘텬쥬’를 선호해 번갈아 사용했다. 아펜젤러와 베어드는 ‘하나님’을 사용하였다.

기독교의 신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언더우드가 찾았던 것은 모든 신들보다 뛰어나고 온갖 잡신을 포괄할 수 있고 유일신관을 내포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성경적 근거로 이사야와 시편 구절을 들었다.

“이스라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는 천하만국에서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나이다”(사 37:16) “만국의 모든 신은 우상들이지만 여호와께서는 하늘을 지으셨음이로다”(시 96:5). 두 성구가 적용되는 용어여야 했다.

언더우드는 처음에는 ‘여호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참신’이란 용어를 선호하였다. 귀신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상쥬’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천주와 같은 뜻을 가졌으면서도 천주교를 따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용어에 대해서는 성공회에서도 같은 견해를 지녔다.

언더우드는 얼마 후 중국과 한국의 전통종교에 대해 연구를 한 후에 한국인을 위한 하나님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자기의 주장을 바꾸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고구려시대 ‘하나님’이라 불리는 ‘위대하고 유일한’ 신만을 섬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하나님’은 하늘님에서 파생하였지만 당시에 사용되었던 의미와는 다르다고 파악하였다.

마침내 크고 ‘고귀한 하나님(The Honorable Heavens)’이란 본래의 의미대로 사용되기를 바라면서 종래의 태도를 바꾸었다. 이때가 1903년이었다. 그는 자신이 강력하게 주장해 오던 명칭들을 버리고 상대방의 요구를 기꺼이 수용했다.

그리하여 신약전서 공인본을 1906년 간행하면서 신의 명칭으로 인한 논란이 일단락됐다. 언더우드는 후에 프린스턴신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동아시아의 고대종교에 대해 강연하고 이 강연 내용을 ‘동아시아의 종교(The Religion of Eastern Asia)’란 책으로 간행하기도 하였다.



하나님으로 번역한 것은 완벽하게 의미 살린 것

‘하나님’을 ‘하늘의 주’에서 ‘유일하신 큰분’으로 바뀌어 이해하게 된 것은 주시경의 영향을 받은 게일 선교사의 공이 컸다. 주시경은 “하나님의 ‘하나님’는 ‘일(一)’을 뜻하고 ‘님’은 ‘주’ ‘주인’ ‘임금’을 뜻한다. 즉 한 크신 창조주가 하나님이다”라고 알려주었다. ‘하나님’은 후에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하나님’으로 표기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최현배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많은 반대를 받았다.

‘하나님’이 ‘하나+님’으로서 하나란 숫자에 님을 붙인 것은 유일신의 의미만 나타낼 뿐 전통적인 한국인의 하느님 개념이 없고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하나님’, 일부 개신교인들과 공동번역 성경, 천주교 측에서는 ‘하느님’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이 히브리어의 신 명칭인 ‘YHWH’를 ‘하나님’으로 번역한 것은 단순한 수사에 ‘님’자가 붙은 것만이 아닌 거의 완벽한 것으로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 외래 종교가 들여온 신 개념이라기보다 한민족이 대대로 심중에 믿어온 하나님을 새로 찾은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말이란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의미가 붙여져서 그대로 통용되게 되는 것 같다.

최재건 연세대 신과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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