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서윤경] 산업이 예술로 다가오고 기사의 사진
“삼성전자가 마침내 디자인과 소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가 갤럭시 노트4 공개 행사 직후 보도한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행사장에서 ‘디자인’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더 버지는 “삼성이 디자인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면서 “이 길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선 특이한 경험을 했다. 빠듯한 휴가 일정을 쪼개 헤이그를 찾은 것은 그곳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 미술관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전시돼 있다. 당시 마우리츠하위스가 공사를 하면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은 헤이그 시립미술관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립미술관을 방문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대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허탈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렘브란트의 ‘투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나 몬드리안의 ‘빅토리 부기우기’ 등 세계적인 명작이 아니었다.

시립미술관 1층 공간에 자리잡은 코코 샤넬 전이었다. 코코 샤넬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을 만든 사람이다. 눈길을 끈 것은 검정 원피스들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아원 옷에서 떠올린 아픔을 샤넬은 무채색 원피스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탄생시켰고 이는 샤넬의 철학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달 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의 생애가 담긴 전시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을 진행한다.

단순히 여성이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이라 샤넬 전시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패션을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최근 건축과 사진을 취재하는 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건축을 부동산이나 건설회사와 연관지었다. 사진은 현장을 기록하는 기록물이라 여겼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미술관 안으로 들어온 건축과 사진을 예술로 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건축과 사진 분야의 작가들은 주류 미술로 편입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성과는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의 작가상에 처음으로 사진작가를 선정했다. 현대카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샤넬의 옷처럼 삼성 스마트폰이나 현대자동차를 미술관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겼다.

이미 기업들은 문화를 제품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높이 평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된 만큼 제품 사양보다는 사람을 생각하는 철학이 담긴 디자인이 제품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이 최근 공개채용에서 이공계 출신 선발 비중을 높이면서도 직무적성검사에선 인문학 지식을 중점적으로 묻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난 프라다 재단의 제르마노 첼란트 관장의 말을 우리나라 기업들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은 소재와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작품에 아름답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윤경 문화부 차장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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