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조석] 동북아 원전 안전 공조체제 구축 기사의 사진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북아 3국은 역사적으로 협력과 경쟁체제를 유지해 왔다. 근세에 이르기까지 문명 교류의 흐름은 대부분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문명이 한반도로 건너와 독특한 꽃을 피우고 일본 열도로 전파되는 경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에는 서양 선진 문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도입해 발전시켰느냐가 3국의 국운을 좌우했다. 일본이 서양 문명을 가장 일찍 받아들임으로써 개화에 성공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한·중·일 3국이 순차적으로 경제 발전과 세계 진출을 이루면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이야기를 하자면 2차대전에서 원자폭탄으로 패전국이 된 일본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가장 앞서 나간 것이 눈에 띈다. 중국이 공산화 영향으로, 한국이 분단과 전쟁의 여파로 경제적 정체기에 머물고 있을 때 일본은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도약했고, 그 과정에서 원전대국으로 성장했다. 뒤늦게 한국과 중국이 원전시장에 뛰어들어 2014년 현재는 3국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총 92기로 전 세계 원전(435기)의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안전성 요건은 모든 나라가 법제화해 관리하고 있어 최종 책임을 각국이 지게 되어 있지만 상호 모니터링과 공조, 경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접국가 간 공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 한·중·일에는 국가 간 협력체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원자력안전최고규제자 회의에서 합동 방재훈련 한국 실시, 신속한 정보교류 및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화상회의 활성화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3국의 원전사업자 간 협력의 중요성 역시 결코 이에 못지않다. 원전 안전성을 확보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원전사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1978년 TMI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 원자력산업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국원자력발전협회(INPO)를 발족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원전 안전에 관한 법적 요건을 훨씬 뛰어넘는 안전성을 공동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상호 점검, 벤치마킹, 공동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별 회원사가 성취한 성과는 공유를 확산하고 다소 미비한 분야는 지적하여 개선하게 함으로써 동 협회 발족 이후 원전 안전성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미국 원전사업자들의 이런 성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다. 사고 직후 전 세계 원전사업자들은 INPO를 벤치마킹해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를 결성하여 현재까지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WANO는 파리, 모스크바, 애틀랜타, 도쿄 지역본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중·일 3국의 원전사업자는 WANO의 도쿄본부 소속이다.

동북아의 대부분 원전이 서울을 둘러싼 반경 1000㎞ 이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진다. 원전 사고 피해의 크기와 범위의 광역성을 염두에 둔다면 동북아 3국의 원전 안전에 대한 공조는 시급히 추진해야 될 과제다.

중·일 원자력 회사들과 협의하다 보면 상대 회사들이 공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우리는 공조체제 구축이라는 최종 목표를 단기간에 성취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소통의 채널을 먼저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4개월여의 실무협상 끝에 중국 CNNP, 일본 간사이 전력과 MOU를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3국 간 MOU 체결을 계기로 향후 원전 안전 공조체제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전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3국 간 안전 공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