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1대 99’와 ‘20대 80’ 논쟁 기사의 사진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방한하면서 소득 불평등의 쟁점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부의 집중은 가속화되고 노동자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같은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의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피케티와 주변 학자들은 불평등이 더욱 심해져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집중화 현상을 강조하다 보니 주로 최상위 1%와 나머지 99%의 대립구도가 부각된다.

이번과 유사한 장면이 과거에 또 하나 있었다. 90년대 후반 소위 20대 80사회 논쟁이다. 괜찮은 지식노동자나 전문가 20%를 제외한 80%의 노동자들은 고용 없는 성장, 고용축소적인 기술 진보의 희생이 될 수밖에 없고 기계 말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논지다. 90년대 후반에 나온 ‘세계화의 덫’이란 책과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 대표적인 주장들이다. 그 이후 우리는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중국 노동력의 가세까지 더해 일자리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그 뒤로 10여년 이상 20대 80 사회의 문제는 우리를 괴롭혀 왔다. 즉 정규직은 적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문제, 일을 하지만 가난한 워킹푸어족의 문제,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없어진 문제들로 논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복지국가 담론과 함께 최근 들어선 소득 불평등과 소득 재분배의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부의 집중화 이슈, 즉 1% ‘슈퍼리치’의 실태도 나름대로 중요한 주제이지만 여기에 몰두하면 80% 노동자들 삶의 근본적 조건인 일자리 문제가 부차적인 것처럼 취급받을 수 있다. 불평등 발생 과정을 개선하는 것보다 그 결과만을 교정하는 방안이 주목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상위층에게 80%의 소득세율을 부과하자는 안보다 연 8000만원, 1억원, 1억2000만원, 1억5000만원 등 보다 세밀한 구간마다 소득세율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 노동시장에서 불필요한 장시간 노동과 임금격차 확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노동소득 안에서도 교정 방안이 필요한 것은 대다수에게는 소득 안정을 위해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만 좋은 일자리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실업 내지 반실업인 상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슈퍼 스킬(super skill)을 가진 이들도 임시적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기업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 만났다 헤어지는 ‘크라우드 소싱’에 의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생산직도 마찬가지다. 로봇으로 대체된 조립라인이 늘어가고 있고, 3D 프린터는 대량생산의 이점과 대공장의 존재감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최근에 기술 진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대격변 과정에서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지구상 일자리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일자리 위기에 대항해 19세기 초 영국의 노동자들이 실업 위기에 봉착해 벌였던 기계반대운동인 러다이트(Luddite)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기술 진보를 정면으로 거슬러 갈 수 없다면 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기계에 의해 대체되기 전에 기계를 다루면서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것밖에는 없다. 미래 일자리를 위해선 사회적경제 영역과 복지국가 서비스 영역도 더 개척해야 하겠지만 대다수가 일할 시장경제 안에서 정면 승부하기 위해서는 계속 학습하는 길 외에는 답이 없다. 기계가 일등이 아니라 사람이 일등인 무형자산 중심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 1대 99의 대립구도보다 20대 80의 대립구도를 교정할 방안이 더 시급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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