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 칼럼] 361°의 습격, 중국발 위기 이미 시작됐다 기사의 사진
“어, 361°가 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신문을 보다 얼떨떨했던 적이 있다. 성화 봉송 장면을 담은 사진 때문이었다. 유니폼 상하의에 ‘361°’라고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중국에서 일하는 동안 익히 봤던 바로 그 스포츠 브랜드다. 그때서야 361°가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사라는 걸 알게 됐다. 동시에 “이젠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중국 브랜드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361°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를 후원하는 만큼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릴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까지 개최했지만 세계에 내놓을 스포츠 브랜드 하나 없는 현실이 떠올랐다. 어느 나라 브랜드든 후원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중국이라는 점이 꺼림칙했다. 중국 기업의 공습이 가시화되는 전조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신호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뉴욕 증시 상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는 두둑한 실탄을 앞세워 한국 기업 사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돈다. 모바일 게임 업체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한국 법인을 세웠다. 알리바바보다 한 발 앞서 한국에 진출한 텐센트(중국명 텅쉰·騰訊)와 알리바바가 국내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형편이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 업계의 큰손이자 카카오의 2대 주주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도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다. 돌풍을 몰고 올 정도는 아닐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중국산은 국산 스마트폰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성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공개되면 중국산 단말기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뿐인가. 중국 업체들은 국내 기업과 거의 맞먹는 하드웨어를 갖춘 TV와 스마트폰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줬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14’에서였다.

여기에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비상등이 켜졌다. 작년 동기 대비 대중 수출증가율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의 자급률이 높아진 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양국 간 기술 격차를 틈타 반사이익을 누리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중국의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도 함께 늘었으나 그러한 구도가 무너졌다는 게 충격적이다.

한류 콘텐츠산업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로선 당장은 몰려드는 차이나머니가 달콤할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가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우리나라가 역설적이게도 한류 하청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은 ‘항항추좡위안(行行出狀元)’이란 말을 자주 한다. 업종마다 장원은 나오기 마련이니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고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드넓은 국내 시장에서 분야별로 수많은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건 이러한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전자 상거래 관련 규제 철폐나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과감한 혁신 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IT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가 금융, 자동차, 의료서비스 등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당연한 지적이다. 대중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선 제조업 중간재 외에 고급 부품이나 내수용 소비재 수출 쪽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진단도 지당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 우리가 중국발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가 하는 거다. 중국발 위기는 우리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런 만큼 업계·정계·학계가 삼위일체가 돼 나서야 한다. 지체할 틈이 없다.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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