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37) 시계, 취향을 푸는 암호 기사의 사진
까르띠에 제공
현재의 손목시계들을 마주하는 옛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 무엇보다 디자인에 놀랄 것이 분명하다. 손목시계가 생긴 시기는 20세기 초로 이전에는 추의 왕복 운동을 이용한 진자시계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주머니 안에 넣고 꺼내보는 회중시계가 있었다. 회중시계 전에는 탁상시계, 탁상시계 전에는 해시계, 물시계 등의 천문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기기였다. 시간 측정은 모래시계로도 이루어졌고 그릇에서 새어 나오는 물로도 쟀다. 더 멀게 거슬러 올라가면 그림자의 길이나 각도가 시간인 적도 있었다.

시간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외치는 오늘날에 반해 옛날의 생활상에 자리매김했던 시간은 조금은 더 여유롭지 않았을까 싶다. 시계는 귀한 물건이었다. 중학교 입학 선물로 시계를 받으면 최고였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시간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절약하며 관리하는 지혜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시계는 사방에 널려 있다. 시간은 값져지고 시계는 값싸졌다. 기이한 모순이다.

진일보를 거듭한 시계는 개개인의 스타일과 성향을 대변하는 대중적인 패션 품목의 자리에 올랐다. 손목에 차는 이 작은 물건은 그 사람의 취향을 암시한다. 운동을 즐기는 타입인지 귀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타입인지 간결함을 선호하는 타입인지 화려함을 애지중지하는 타입인지 시계를 보면 착용자에 대한 첫 느낌이 감지된다. 고장 없이 잘 가는 것만으로 시계의 충분조건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제 시계는 어엿한 패션으로 스타일의 중심을 치장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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