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계동] 대통령중심제의 모순과 대안 기사의 사진
가장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정치제도는 어떤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래서 정치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새로운 제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중심제에 오랫동안 적응이 되었고, 동맹국인 미국이 이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최고이며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제도라는 관습에 젖어 있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는 심각한 결점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중심제의 가장 큰 장점은 견제와 균형에 의한 권력분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인데, 권력구조상 이것이 실현되기가 어렵다. 국회를 주도하는 여당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고 대통령은 여당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국 여당은 정부에 대한 견제를 주도하기는커녕 정부와 청와대의 시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의 독주가 발생한다. 대통령중심제의 ‘중심’이라는 단어가 나타내듯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더구나 이 제도의 특성상 대통령이 되면 ‘승자독식’하게 되고 임기가 보장된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을 근간으로 하는데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거의 없다. 당선된 대통령과 출신 정당이 정계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야당은 정부여당에 무조건 반대하는 이외에 건설적인 정책제시를 할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세계의 정치제도는 크게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가 있고, 이의 중간 형태인 이원집정제가 있다. 이원집정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가지는 것인데, 이는 양보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아직 발전하지 못한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고, 오히려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 내각책임제는 말 그대로 내각이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내각책임제는 의회의 과반수당 또는 과반수연합이 정부를 구성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지금 우리가 대통령중심제의 단점으로 생각되는 거의 모든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선거에서 50%에 훨씬 못 미치는 지지를 받더라도 1위를 하면 대통령이 돼 권력을 독점한다. 그러나 내각책임제에서는 50%에 미달되는 의석을 확보하면 다른 당과 연합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1위를 했다고 해서 권력독점이 불가능하다. 둘째,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체로 주어진 임기가 보장되지만 내각책임제에서는 정권의 정책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정책 실패를 하게 되면 정부 불신임제도와 국회해산권에 의해 국회나 정부가 붕괴되고 새로운 총선을 실시해 정권이 바뀌게 된다. 셋째,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이 측근 등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인물 누구나 장관에 임명할 수 있으나 내각책임제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회의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돼야 한다. 국민이 선출한 의원이 장관이 되기 때문에 다시 의원으로 선출되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장관은 자기를 임명한 대통령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발전을 이루고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제를 선호해 왔다. 그러나 민주화와 사회의 다양화가 이뤄지면서 지도자의 능력보다는 제도 자체의 합리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군림하려는 무능한 대통령 때문에 사회가 혼탁해지고 민주질서가 파괴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높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왜 대통령중심제를 택하지 않고 있으며, 왜 쿠데타 등으로 헌정이 파괴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었는지 깊게 음미해 보고, 가장 민주적이면서 사회를 통합하면서 발전시키는 효율적인 제도를 선택할 때가 되었다.

김계동(연세대 교수·국가관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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