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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밸류인베스트코리아] 최고의 자기 투자, 독서만한 게 있나요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밸류인베스트코리아] 최고의 자기 투자, 독서만한 게 있나요 기사의 사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대표(가운데)가 지난 2일 오전 회사 내 북카페에 들러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밸류인베스트코리아라는 투자회사가 있다.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면 무선랜 칩 설계 전문 스타트업 뉴라텍에 150억원 투자,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시달리던 국내 게임회사 블루사이드에 대규모 투자 등이 나온다. 또 자라섬 불꽃축제, 피아니스트 피터 베이츠 콘서트 등 여러 문화행사에 투자했다.

범재훈 전무는 “투자와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그룹”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이철(49) 대표는 “최근에는 영화나 연극, 공연, 축제, 국악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면서 “문화 콘텐츠산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팍스타워 4, 5층을 쓰는 이 회사는 두 층 사이에 북카페를 만들어 놓았다. 북카페는 20평 안팎의 공간으로 벽은 서가로 채워져 있고, 한켠에서 커피를 판다. 서가는 북카페를 지나 임원실 복도까지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서가를 훑어보니 대부분 인문서들이다. 복도 곳곳에는 책 읽는 자리도 만들어놨다.

복도 끝에는 이 대표의 방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긴 벽면 한쪽을 역시 책들이 채우고 있다. 출판사도 아닌데 어딜 가나 책이 가득하다. 회사 내 장서가 1만권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작년 이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업자에게 제일 먼저 주문한 게 책을 꽂을 공간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서가와 북카페 자리를 먼저 잡고 나서 사무공간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서를 관리할 사서직도 따로 채용했다. 20년간 출판계에서 일했다는 윤석모씨가 ‘도서총괄 사서’라는 명함을 들고 근무 중이다. 윤씨는 “분기마다 400여권의 책을 새로 구입하고 있다”면서 “지방에도 우리 사무실이 여섯 군데 있는데, 거기도 여기보다는 작지만 다 사내 도서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07년 회사를 창업했다가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고 한다. 2011년 8월 3명으로 재창업을 했고, 3년 만에 직원 50명, 프리랜스 영업직 1500명을 거느린 회사로 키워냈다. 사업에 실패하고 버스비도 없이 걸어 다니던 2년여의 시간, 책은 이 대표에게 유일한 위로가 됐다고 한다.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 탈출구였어요.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해질 때까지 책을 읽었죠. 책은 오늘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서 찾아보도록 만들죠.”

그는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그 경험이 그를 독서 예찬론자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이 대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도 독서가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남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때, 또는 중요한 투자를 결정할 때 독서의 힘이 지혜로 통찰로 창의력으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북카페에 앉아 책을 읽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사서 윤씨는 “업무시간에 와서 책 읽는 직원이 드물지 않다. 30분씩, 1시간씩 읽다가 사무실로 돌아간다”면서 “팀장이나 임원들이 지나가다 커피 한 잔 사주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통 회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내 동아리로 운영되는 독서토론 모임은 업무시간 중에 열린다. 독서토론 모임 ‘우인이(우리들의 인문학 이야기)’ 멤버인 임희경 경영기획실 대리는 “한 달에 한 번 토론을 갖는데, 평일 오후 4시쯤 모여서 6시에 마치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모임 때마다 20만원을 지원한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전 직원 대상 ‘저자 초청 강연회’가 열린다. 강연회 역시 업무시간인 오전 10시30분 시작된다. 벌써 3년째 이어지는 이 강연회에는 유시민 전 장관, 도종환 시인(국회의원), 카피라이터 정철, 개그맨 전유성씨 등이 다녀갔다.

이 대표는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뭔가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독서 관련한 프로그램도 계속 늘려가는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제1회 직원 독후감 백일장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고객 독후감 백일장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자녀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해 가족들이 참여하는 ‘독서 골든벨’ 행사를 두 차례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큰 꿈도 꾸고 있다. 전국에 지점을 내고 지점 빌딩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꿈이다.

“전국의 지점을 도서관화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직원회의에서 이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될 거라고 봅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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