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가 이불 “머리로 작품 이해하려 하지 말고 몸으로 느끼세요” 기사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선보이는 이불 작가의 신작 ‘태양의 도시 Ⅱ(Civitas Solis Ⅱ)’. 벽과 바닥에 온통 거울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거울 숲의 미로를 걷는 느낌이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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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33m, 폭 18m, 높이 7m 규모의 대형 전시실에 들어서면 순간적으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벽과 바닥이 온통 거울로 뒤덮여 있어 어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으로 세계미술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이불(50) 작가의 신작 ‘태양의 도시 Ⅱ(Civitas Solis Ⅱ)’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철학자 톰마소 캄파넬라의 저서 ‘태양의 도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에 늘려 있고, 벽 한구석에 25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빛을 발하는 고요하면서도 강렬함이 공존하는 공간. 관람객들은 조심스럽게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거울에 비친 숱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시공간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3월 1일까지 열리는 이불 개인전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명씩 국내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그 첫 작가로 선정된 이불은 ‘태양의 도시 Ⅱ’와 ‘새벽의 노래 Ⅲ(Aubade Ⅲ)’ 두 작품을 내놓았다. 2005년부터 작업 중인 ‘나의 거대 서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2009년 작품 ‘새벽의 노래’에 이은 ‘새벽의 노래 Ⅲ’는 1900년대 초반 모더니즘의 상징물인 독일 힌덴부르크 비행선에서 시각적 영감을 얻었다. ‘새벽의 노래’는 세레나데(저녁음악)의 상대어인 ‘오바드’로 새벽녘 부르는 이별의 노래를 뜻한다. 초대형 비행선이 여러 조각으로 터져나간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작품을 통해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표현했다.

비행선은 1시간마다 네 차례 안개를 뿜어내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안개 속에서 선체를 뒤덮은 붉은 전구가 반짝이며 희미한 형태와 위치를 알린다. 그러다 20분가량 지나면 비행선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바닥에 곤두박질칠 듯한 비행선 구조물이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비행선의 이런 변화를 지켜보려면 1시간은 관람해야 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불은 “그동안 머릿속에만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게 됐다”며 “기술적인 문제도 많았지만 이 또한 작업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비전과 이를 실현시키려는 행위, 좌절하고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담으려 했다”며 “다소 어려운 주제를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시라”고 권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이불은 1980년대 아름다움과 파괴 등을 주제로 한 ‘인습 타파’ 작업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199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생선이 부패하는 과정을 담은 설치 작품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 미술상 수상(1998),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1999) 등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진행 중인 광주비엔날레에는 1989년 퍼포먼스 기록 영상 3편과 조각 2점을 전시하고 있다. 낙태를 주제로 한 나체 퍼포먼스 등 작품으로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눈(Noon) 예술상’을 수상했다. 초기작과 최신작을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시간과 거리의 여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불은 본명이다(02-3701-9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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