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568돌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뜻을 되새기면서 후손들은 우리의 글을 얼마나 애용하며 정확하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어와 외래어로 뒤범벅된 간판과 상호, 상품이름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비속어가 남용되는가 하면 학교 가정 사회 등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존댓말이나 바른 어법의 품위 있는 말솜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혼돈의 언어생활이 국민적 정서를 거칠게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무분별하고 경망스러운 행동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한 나라의 정신은 말과 글에 있다’고 했고, 피히테도 ‘순수한 국어를 살려 쓰는 민족은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한다’라고 하여 국어와 민족, 국가는 공동문명체임을 강조했다. 예로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도 우리말을 바로 알고 바로 사용해야 함을 표현하고 있다. 대체로 말이 거친 사람은 포악스럽고 가려 쓰는 사람은 행동거지가 분명하고 반듯한 경우가 많다.

각종 상호나 간판을 보면 반 이상이 외국어이고 대학 강의실이나 각종 공문서, 심지어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 교양, 드라마에도 남용되고 있다. 일상생활 용어까지도 외국어를 사용하여야만 유식하고 세련돼 보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자국의 언어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나 독일은 언어보급기관을 해외에 상주시키면서 언어 및 문화 보급에 노력을 쏟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지나치리만큼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독일 지성인들은 예술과 철학을 통해 자국어를 애용하게 함으로써 딱딱한 언어를 아름답고 부드럽게 만들어 왔다. 한글이 일제시대의 조선어학회 사건과 같은 한글 탄압정책에도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은 선각자들의 국어사랑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 속의 한국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글을 잘 다듬고 가꾸어야 한다. 외국인용 한국어 교재조차 변변찮고 외국어 교육에 필수적인 사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글이 국민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어떻게 세계어로 발돋움할 수 있겠는가.

나라사랑의 민족정신과 인본, 민주정신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계승·발전시키고 민족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정렬(부산 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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