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풍력발전도 숲을 갉아먹는다 기사의 사진
환경부는 6일 두 건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나는 갯벌 훼손 논란을 빚어 온 충남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풍력발전의 입지규제를 일부 풀어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도 풍력터빈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가로림만 개발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다행이다. 반면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훼손할 길을 스스로 열어 놓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시행되는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의 골자는 “능선부와 생태·자연도 1등급지의 입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기존도로 활용 및 충분한 환경보호대책을 강구하고 사후관리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전검토를 요청한 5개 풍력발전 사업에 대해 “생태·자연도 1등급은 보전이 원칙”이라며 버텼었다. 환경부는 늘 “우군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렇더라도 왜 적극적으로 여론조성에 나서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는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국토, 산업구조, 인구밀도, 자연환경의 특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재생에너지의 포트폴리오(항목분산 명세표)를 짜야 한다. 육상풍력발전은 넓은 평지를 포함한 국토가 넓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퇴조 추세이고, 해상풍력발전이 대세다.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농업국에서는 바이오에너지 비중이 높은 게 자연스럽다. 우리나라는 태양광과 바이오에너지에 큰 비중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소 몇 개가 왜 더 필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산업부는 애당초 전략도 없이 발전사들에 수치만 채우라고 한다.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이니까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원 의무비율 목표치도 자꾸 후퇴하고 있다. 결국 전력 대량 소비처인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 동해안에 집중되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건설계획에 따라 주민 반발을 무릅쓰고 대용량 송전탑들을 건설해야 한다. 밀양과 청도 등의 송전탑 건설부지에서 벌어진 추악한 매수공작을 보라.

발전소 건설에 앞서 전력 수요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환경, 국제수지, 사회통합, 국민과 생태계의 건강 등 모든 면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전기소비의 급증세가 반전되지 않는 한 숲도, 국민들의 건강과 사회통합도 위협받는다. 결국 턱없이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료를 지금보다 50% 올려도 산업계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미 내놨다.

이탈리아의 혁명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에서 둘째 아들에게 동화 한 편을 적어 보냈다. “한 아이가 잠든 사이 생쥐 한 마리가 아이의 우유를 마셔버렸습니다. 아기는 비어 있는 우유병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생쥐는 양에게로 달려가 젖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양은 젖이 말라 있었습니다. 들에는 풀이 없었습니다. 생쥐는 우물가로 갔으나 우물은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생쥐는 석공에게 달려가 우물을 좀 고쳐 달라고 했지만, 석공에게는 돌이 없었습니다. 생쥐는 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생쥐는 나무라곤 없는 산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돌을 주면 나중에 아기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산에 나무를 많이 심을 것이라고요. 그러자 산은 돌을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아기는 우유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아기가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그는 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흙이 씻겨 내려가는 일이 없어졌고, 땅은 기름지게 됐습니다.”

파시스트 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그람시는 1937년 사망 얼마전에 쓴 이 동화를 통해 모든 존재가 얼마나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우리는 생활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남의 일이라고 묵인하는 동안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숲과 우유를 갉아먹는 일에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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