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전단 살포 시비 기사의 사진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의 고사총탄으로 돌아오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낙탄이 민간 마을에 떨어져 국민의 충격을 가중시킨 탓이다. 이러다가는 전단 살포가 전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며, 이들을 제지하지 않은 정부를 공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치권 리더들 또한 ‘모처럼’ 한목소리로 ‘삐라 살포’를 걱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11일 “북한을 자극해서 대화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피해는 국민의 손해”라며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우리는 북한의 형이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말리는 쪽은 ‘당연히’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3일 “해당 단체는 삐라로는 북을 결코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교류, 협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정부는 대화 분위기를 깨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못하게 해야 한다. 민간단체 일이라며 자제만 당부할 뿐 강제로 막을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북정책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대안 없는 평화주의는 위험하다. ‘대화 교류 협력’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북한이 쌍방향적인 대화 교류 협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데 있는 것 아니던가?

이른바 ‘진보정권 10년’의 업적 가운데, 당사자들에 의해 첫손 꼽히는 게 ‘남북관계의 개선’이다. 자랑은 자유지만 말은 바로 해야 한다. 그건 일방적 흐름일 뿐이었다. 신뢰는 전혀 쌓이지 않았다. 북측은 언제든 화를 내고 돌아앉을 준비를 하고 임했다. 모든 대화, 모든 교류, 모든 협력이 일회성 행사였음을 우리 모두가 안다.

아직도 우리가 형의 입장에서 동생을 도와야 한다거나, 유사시 가진 게 많은 쪽이 더 큰 손해를 볼 것인 만큼 우리가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니 성의를 가지고 대범하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잃을 게 더 많은 북한의 군주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북한의 형이 아니다. 북한은 오히려 우리에 대해 상국(上國) 행세를 해왔다. 조공과 알현을 받는 것이라면 몰라도 형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는 꿈에라도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기대 역시 이 경우엔 허황하기 짝이 없다. 대등한 관계에서의 교류 협력 확대는 북한 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잃을 게 훨씬 많다. 따라서 가진 것 없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다. 이런 인식도 우리의 착각이거나 오해다. 정말로 잃을 게 많은 측은 김정은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 지배세력이다. 남북 간 무력충돌 발생 시 우리는 심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북한은 왕조체제 자체가 무너지고, 신격화된 세습군주 김정은은 몸 붙일 데가 없어진다. 누가 잃을 게 더 많은가?

목에 가시가 걸린 늑대가 백로를 만났다. 목의 가시를 빼주면 많은 선물을 주마고 약속했다. 백로가 늑대의 입 속으로 머리를 디밀고 가시를 찾아 빼준 다음 선물을 요구했다. “철없는 소리. 내 입 속에서 머리를 무사히 빼낸 것만으로도 큰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선물은 무슨!”

아주 추운 겨울 날, 어떤 사람이 뻣뻣하게 얼어 있는 뱀을 품어줬다. 온기 덕분에 살아난 뱀은 본성이 시키는 대로 이 사람의 가슴을 물어버렸다. 그는 죽어가면서 말했다. “나는 흉악한 동물을 불쌍하게 여긴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이솝우화다. 어린아이들도 읽는 이야기라서 하찮게 여길 것인가? 세 살짜리 아이에게서도 배울 바가 있는 법이다.

전단 살포 이야기를 매듭짓자. 정부가 한번이라도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건 책임이 되고 만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험한 입이 순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민간단체의 일은 그들에게 맡겨둘 일이다.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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