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갈수록 멀어지는 일본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국제사회의 상식과 매우 동떨어진 조치”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 6월에는 군대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다. 아베는 이달 초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는 한술 더 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면서 앞으로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뜻을 밝혔다.

아베 정부의 행태를 보면 자국민 보호와 일본의 국익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위법행위로 기소된 언론인 보호를 위해 내세운 국제사회의 상식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인권 유린을 당한 수많은 위안부 여성에게는 왜 적용하지 않는지 아베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정부의 행보를 보면 후안무치를 넘어 이러한 국가와 선린우호 관계를 논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자성을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한다”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는 오불관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가까운 시일 내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릴 모양이다. 한·일 간 논의해야 할 경제 현안이 있다면 양국 간 불편한 현안이 있다고 대화의 문을 닫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일은 당장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해서 일본 정부의 터무니없는 역사 왜곡 시도를 뻔히 알면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건강한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이러한 대처야말로 우리의 국민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본 정부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다. 파행적인 한·일 관계가 설사 길어진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분명한 사과와 역사 왜곡 시도를 중단하겠다는 다짐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독도 문제가 우리의 국기(國基)에 관한 문제라면 위안부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존재이유와 맞물려 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우리의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것만 해도 부끄러운 과거사인데, 일본 정부의 사실 왜곡을 바로잡지 못해 이들의 고귀한 명예를 회복시켜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존재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른 현안과 거래하거나 저울질할 수 없는 이유다.

관건은 대응전략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효과적인 것이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다. 이달 초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일본 기자들에게 “자발적인 매춘 행위는 없었다”며 일본의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을 정면 비판했다. 아베가 아무리 역사 왜곡을 시도하더라도 국제사회와 일본 내 양심세력의 힘을 모아 왜곡 사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국제 여론을 결집해나간다면 아베의 주장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월에 밝힌 위안부 백서 발간도 서두를 일이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일본의 책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소중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 지지 여론 확산은 장단기 전략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정부보다 전문가 집단이 모여 있는 동북아역사재단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원칙 있는 한·일 관계 재정립의 초석을 놓는 첫 정부가 되기 바란다.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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