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재천] 사이버 망명 잠재우려면 기사의 사진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갈등으로 인하여 사회적 분열이 발생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치유하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조와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에서 특히 그렇다.

사정기관의 공세적인 인터넷 감찰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고 감청 내지는 대화기록을 압수하는 행위에 대해 사이버 망명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이용하기보다 검찰의 손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독일의 텔레그램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남짓 25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망명했다 한다. 대규모 이용자들의 탈퇴에 다급해진 인터넷 메신저 회사인 다음카카오는 감찰영장에 응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살기 위해 극단적 선택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냉정하게 출렁거리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주식은 감청 뉴스에 급락하다가 감청 불응 뉴스에 급반등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회사의 존립이 우려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회자되고 있다.

사이버 망명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결나 폐지됐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채택할 때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 이메일 내용이 감시당한다는 뉴스에 우리나라 메일 서비스를 탈퇴하고 해외 메일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했었다. 또 판도라나 다음같이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우리나라 영상 서비스가 초토화되어 사라지고, 유튜브 같은 외국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는 정책 실패의 논란이 극심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야 한다. 인터넷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효율적으로 치유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 인터넷의 특성과 현실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에서는 망명이 쉽게 선택되고 있다. 마음에 안 들면 어느 나라 서비스든지 이용하면 그뿐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인식이다. 그만큼 이용자들의 선택이 다양하고 많아졌다. 반면에 공권력은 사이버 망명과 시장의 요동을 적절히 제어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인터넷 공간이다. 이렇듯 인터넷 공간의 생활은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활동 공간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법 제도는 낡아서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효율적으로 다루지 못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등장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수단과 범위라는 면에서 이용자의 선택이 공권력보다 앞서가고 있다. 법 제도가 인터넷이라는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이버 망명 사태는 사정기관의 일방적 공세에 자극받은 면이 크다.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날 이용자들의 대응을 면밀히 계산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를 색출하는 데 협조하라는 공권력의 요구를 경제주체들이 무시하면 안 된다. 자기 목적에만 충실한 주장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조를 통하여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일 것이다. 귀결점은 감찰내용의 수준과 범위 그리고 절차이다. 해결책을 찾는 데 수학공식과 같이 이론에 부합하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잣대는 없다. 이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적절히 공개되어 글로벌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용자들의 인식 수준에 맞아야 한다. 이러한 장치의 마련을 통하여 사이버 망명을 자제시키고 사회의 균형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서비스를 택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못하다고 이용자들이 공감할 때 사이버 망명이 없어지는 것이다. 인터넷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 장치가 필요하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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