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2억7000만원과 4억원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만난 40대 후배는 불평부터 털어놨다. 2억7000만원에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 가는데 요즘 시세가 무려 4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었다. 경제전문 인터넷 언론사 핵심 간부인 후배는 “내가 명색이 경제 분야만 20여년 취재한 기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셋값만 올리는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보태 집을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지금도 시세가 높은데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모두 일곱번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시장의 정상화’란 이름 아래 재건축 규제완화, 거래세 및 보유세 인하 내지 감면, 다주택 보유 지원, 임대과세 부과 철회, 임대주택 공급 축소,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대책의 초점은 대부분 거래 활성화에 맞춰졌다.

한마디로 주택을 쉽게 사고팔게 하면서 가격 상승을 일으켜 소비를 늘리겠다는 ‘자산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하자마자 부동산을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공언하더니 한국은행을 압박, 두 번의 금리인하를 관철시켰다.

정부의 노력(?) 덕분인지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였다. 9월 들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거래도 다소 늘었다. 경기도 위례 신도시 청약은 평균 139대 1, 최고 경쟁률 370대 1의 과열 현상까지 드러냈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등장해 분양권에 1억∼2억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서울 반포의 모 주상복합 일부 평형은 분양가가 3.3㎡당 4900만원이 넘는 곳까지 나오는 등 부동산 활황세가 본격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말 그대로 ‘반짝’에 그쳤다. 10월 들어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들은 2000만∼3000만원씩 내렸고 호가도 낮아졌다. 추격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하락폭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위례 신도시의 분양권 거래가 사라지면서 웃돈 거품도 없어졌다.

한편으로 후폭풍이 거셌다. 대표적인 폐해는 전셋값의 폭등이었다. 매매가 늘어나면 전셋값도 안정될 것이란 정부의 의중은 철저히 실패했다. 체감할 만큼 거래가 늘지 않았을 뿐더러 금리 인하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과 전셋값 인상 속도만 빨라졌다. 서울은 물론 경기도 하남 성남 용인 광명 수원으로까지 전세난이 극심해져 ‘전세난민’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은 동탄과 같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90%에 달한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머무르는 가장 주된 이유는 현재의 집값이 비싸고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기구인 인간정주위원회가 조사한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나 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집계한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 집값은 런던 도쿄 시드니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매 거래 활성화에 집착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 이들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아무래도 부동산을 보는 정부의 패러다임이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내수와 수출, 글로벌 경기침체 등 첩첩산중의 악재를 뚫어야 하는 마당에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산업적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주택은 경기 활성화의 시각에서뿐 아니라 국민복지, 공동체의 안정과도 연계해 살펴야 된다. 선택하라면 ‘부동산시장 정상화’보다는 ‘서민주거안정’이 우선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며, 주거 안정은 삶의 근본을 이루는 요소이자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