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역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기사의 사진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금의 서울대 교육이 리더를 키워내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다산에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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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의 공부법과 서울대가 키워내는 인재형을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 출신의 이혜정(42)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에듀)가 그것이다. 서울대 최우등생(학점 4.0 이상) 46명에 대한 심층인터뷰와 서울대 일반 학생들 11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그리고 미국의 명문 주립대인 미시간대 학생들에 대한 비교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의 결론은 다소 충격적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서울대는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외우는 ‘수용적 학습’을 시키고 있고, 수용적 학습에 능한 학생들일수록 좋은 성적을 받는다. 이대로 괜찮겠는가? 책은 이 질문을 던진다.

이 소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부 잘 하는 애들의 학습전략을 추출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최우등생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렇게 공부하는 게 잘 하는 건가, 그런 의문이 강해졌고, 결국 연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이 특히 충격을 받은 건 인터뷰에 응한 상당수가 교수의 말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다 받아 적는다고 얘기하더란 점이었다. 최우등생 46명 중 87%가 “강의 시간에 교수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다 적는다”고 대답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학생들이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것이 책이나 교수의 의견과 다를 경우 시험이나 과제에 자기 의견을 적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소장은 “서울대에서는 수동적 학습을 하는 학생들일수록 높은 학점을 받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다 이런가, 아니면 이게 서울대만의 특징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미국 대학과 비교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사뭇 달랐다. 미시간대 학생들의 수업전략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다 적는다’는 답변은 최하위에 있었다.

“미국 학생들은 안 적어요. 그런데 서울대는 적어야만 하는 거죠. 이게 무슨 말일까요? 서울대나 미시간대 학생들 모두 죽어라고 열심히 공부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종류가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서울대 학생들은 엉뚱한 공부를 죽어라 하고 있는 것이죠.”

이 책은 지금의 대학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발견해 냈다.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것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라는 요구와 심각하게 어긋나 있음을 드러냈다.

그가 확인한 서울대 인재들은 “교수가 정한 울타리를 단 한 치도 넘어서지 않고 그럴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뜨거운 열정과 몰입보다는 철저한 절제와 조절로 자신을 잘 관리하는” 학생들이다. 이 소장은 “서울대는 지금 관리자를 키우고 있는 것이지 리더를 기르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대의 교육 목표가 창의적 리더를 기르는 것이라면 서울대는 지금 엉뚱한 학생들에게 A+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책의 반은 문제제기, 반은 대안 모색에 할애했다. 그는 수용적 학습으로 특징지어지는 현재의 대학수업이 학생들의 문제도 아니고 교수들의 문제도 아니며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교수평가나 대학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합니다. 교수의 수업이나 강의가 연구 업적과 동일한 비중으로, 혹은 적어도 중요한 비중으로 평가에 반영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합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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