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훈삼] 약자들의 행복한 생존법 기사의 사진
며칠 전 두 주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미국에서 사회 선교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 그리스도연합교회(UCC)와의 교류라는 공식 방문도 유익했지만 2013년에만 5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뉴욕을 둘러본 것도 인상적이었다. 맨해튼 거리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인파로 채워졌고,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와 만나는 31번가에는 한인 상가골목이 형성되어 있었다.



미국의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도심의 비싼 물가 때문에 뉴욕 외곽인 플러싱에 한인타운을 건설하고 살아 왔다. 그곳은 정말이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중소 도시를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한국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국인들이 주거, 상업, 교육의 중심지로 터를 닦아놓은 이 지역에 중국인들이 자리를 넓히기 시작하면서 한인들이 부득이 타운 북쪽의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한다. 물론 중국의 인구가 워낙 많은 데다 그 지역에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교포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 환경이 악화돼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보다 솔직한 모습은 이미 우리가 먼저 정착하여 터를 닦아 놓은 지역을 중국인들이 차츰 접수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었다.


급증하는 차이나타운과 그 힘의 기초


중국의 개방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중국인 상권이 곳곳에 형성되면서 인천국제공항 길목인 서울 마포구 부동산의 중국인 소유주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본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성남도 태평역부터 구 시청까지 긴 골목을 따라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아마도 옛 성남시청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집단촌을 이루기 시작했었나 보다.



중국인들은 세계 어디서든지 그 도시의 행정 중심인 시청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국력과 어느 나라도 비견할 수 없는 인구의 힘에 기인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중국인들의 힘은 새로 지역에 들어오는 자기 동포에 대해 경쟁의 눈으로 보기 전에 먼저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성공한 후에는 반드시 다른 중국인을 향해 같은 도움의 손길을 베풀도록 책임지우는 풍토가 중국인의 상호 협력과 상생을 만들어가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끼리 다투기보다 동지의식 가져야


미국은 정말 거대한 나라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이내에 갈 수 있고 어디서나 논밭의 끄트머리에 이어져 있는 산을 볼 수 있는 한국인에게 지평선까지 이어진 밭과 며칠을 돌아보아도 겨우 일부만을 볼 수 있는 미국은 부러운 나라였다. 미국의 힘은 1차적으로 드넓은 국토와 자원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작고 빈약해서 좀 속상하기도 하다. 중국 또한 인구가 아무리 많고 국제적 영향력이 급성장했다고 해도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중국인 역시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낯선 곳에서 사는 삶의 고단함을 피할 수 없으며 소수자이기에 약자인 현실과 그들보다 먼저 정착한 경쟁 상대들의 견제를 극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자기 세력을 확장시키는 지혜에 대해 우리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자유롭게 경쟁하자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신자유주의 구조에서 생래적으로 작고 빈약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는 한국인들 안에서의 경쟁에 매몰당하지 말고 더 큰 상대를 극복해야 할 운명적 동지라는 보다 큰 눈을 지니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동지의식은 치열한 무력 경쟁을 유지하고 있는 남과 북 사이에서도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미국 교회의 관심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미국 방문에 곁들여 중국인들을 통해 얻은 소중한 깨달음은 뜻하지 않은 소득이었다.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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