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남도영] 댓글과 사이버 명예훼손 기사의 사진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을 일삼는 악플러들에게 가장 무서운 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줄여서 정보통신망법이라고 부른다. 법의 제70조가 ‘사이버 명예훼손’ 조항이다.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고, 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48) 전 서울지국장에게 적용된 법 조항이 정보통신망법 70조 2항이다.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형법상 모욕죄와는 조금 다르다. 모욕죄는 친고죄다. 모욕을 당한 사람이 상대방을 고소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고소가 없으면 검찰이 먼저 수사할 수 없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이나 경찰이 먼저 수사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하기 힘들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경우 정씨가 처벌을 원했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할 수 있었다.

한 달 이상 인터넷 검열·사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검찰의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 방침의 법적 근거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조항이다. 검찰의 입장이 나오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무심코 인터넷에 달았던 댓글이나 대통령을 비판했던 글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이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유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 4개를 구해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지 법률적 자문을 구해봤다. 얼핏 보기에 ‘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글들을 골랐다. 특정인을 겨냥한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댓글, 박 대통령을 폄하·비하하는 글, 특정인을 간첩이라고 비난한 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난한 글이었다. 현직 판사에게 문의해보니 4개의 글 중 낙하산 인사를 비난한 글만이 사이버 명예훼손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낙하산 인사를 비난한 글은 상당히 구체적인 사실들을 적시하면서 그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비방할 목적이 입증돼야 하고, 비방의 정도와 횟수 등 여러 정황이 고려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법조계 안팎에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머지 글은 일종의 욕설이라서 형법상 모욕죄 대상은 되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판단이었다. 인터넷에 대통령과 연예인을 욕하는 글을 올렸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검열 논란이 있기 전에도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재판받는 사람들은 계속 증가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사람은 올 1∼9월 1274명이었고, 이 중 121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형 받은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수준이었다. 몇 달 전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악성 유언비어를 유포한 30대에게 징역 1년형이 선고됐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마자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담팀을 꾸린 검찰의 행태는 민망했다. 그렇다고 ‘사이버 공간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검찰의 주장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긴 힘들다. 검찰을 비판하는 행위가 욕지거리의 자유, 다른 사람을 저주하고 매도할 권리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남도영 사회부 차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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