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4부·끝] (4) 한국교회, 빈틈없는 준비를

선교지 생활 힘들어도 노후 연금 꼭꼭… 귀국 후 주거문제는 한국교회가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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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 김재호 이사장(오른쪽)과 정홍주 총무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미션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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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연금과 교단 목회자연금에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굶더라도 십일조는 꼭 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은퇴 후 삶을 위해 국민연금과 교단연금을 십일조 드리듯 반드시 납부해야 합니다.”(조일래 인천 수정성결교회 목사)

조일래 목사의 말은 한국교회가 주거·건강·사역 문제라는 ‘쓰나미’에 직면할 2만 선교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충고다. 전문가들은 은퇴한 선교사들이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선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교단과 교회, 성도들이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금으로 노후 해결토록 교단이 대안 마련해야”=조 목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해외선교위원장과 총회장으로 수십 년간 선교현장을 누비며 선교사들의 애환을 살폈다. 수정성결교회는 ‘이웃에 복음을, 농어촌에 선교비를, 온 세계에 선교사를’이라는 표어 아래 재정의 절반 이상을 선교비로 지출하는 선교 지향적인 교회다. 조 목사가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을 만나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연금은 꼬박꼬박 붓되 선교지에서는 절대 돈을 모으지 말라”는 것이다.

조 목사는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돈 문제에 몰두하면 영적 권위가 떨어져 떳떳하게 사역할 수 없다”면서 “선교사는 은퇴 후 연금으로 산다는 생각으로 선교지에서는 저축하지 말고 소신껏 일해야 한다. 그리고 철수할 때는 모든 재산을 현지 선교를 위해 내놓는 게 선교사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사들의 ‘건강한 은퇴’를 위해서는 교단이 먼저 거시적 대안을 마련하고 교회와 성도들이 적극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10년 넘게 투병 중인 김광수(65) 선교사의 아내 송재은(60) 사모도 “‘선교지에서 뼈를 묻겠다’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무작정 달려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라면서 “선교사는 의료·상해·질병 등 필수보험과 연금에 반드시 가입하고 정기건강검진도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과 은퇴 후 사역도 지원해야=선교사가 연금을 철저히 준비해도 고비용이 드는 주거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황윤일 페루 선교사는 2011년 9월 ‘선교와 신학 28집’(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에 게재한 글 ‘선교사 은퇴 후 복지문제’에서 “선교사들이 은퇴 후 가장 필요한 것은 주택이었으며, 은퇴 후 귀국하지 않으려는 주된 이유도 주택 문제였다”고 소개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사관리부 남수현 목사는 “교단에 40여개의 안식관이 있지만 은퇴 목사가 우선이며, 국내 목회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반면 선교지에 오래 있던 은퇴 선교사들은 정보도, 인맥도, 연고도 없다 보니 한국에 오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장 이재경(55) 목사도 “무엇보다 은퇴 선교사 거처인 ‘미션하우스’가 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모범적으로 미션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은 국내 최대 선교회인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와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다. GMS는 2006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선릉역 근처에 다가구 주택 2동을 사서 미션하우스 18곳을 운영하고 있다. 김재호 GMS 이사장은 “현재 소속 선교사 중 49가정 73명이 은퇴했으나 주거문제로 대부분 선교지로 다시 나간 상태”라며 “은퇴 선교사들의 주거문제와 선교회 정관상 신분 보장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 아래 경기도 화성 팔탄면에 40여개의 원룸주택을 건축하고 정관상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서울은혜교회도 지난 5월 경기도 가평에 은퇴 선교사의 노후를 위한 '생명의 빛 예수마을(예수마을)'을 건립했다. 예배 및 세미나 시설, 식당,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갖추고 있다. 현재 19개인 게스트하우스는 10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향후 상담 및 선교사 위기관리센터도 세우고 상주 의료진도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OMF도 한 독지가가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2만여평의 땅을 제공하기로 해 은퇴 선교사를 위한 마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은퇴 선교사들에겐 제2의 사역도 필수다. 전철한(65) 목사의 경우 한국외항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26년간 선교사역을 펼치다 2001년 한국외국인선교회(fankorea.org)를 설립하고 30개 지부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돌보고 있다. 전 목사는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은퇴 선교사야말로 국내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다문화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라며 "은퇴 선교사들이 국내 사역을 적극 개발하면 후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 후 생활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목사처럼 선교지에서 돌아온 후 새로운 사역을 찾을 수 있도록 교단과 선교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소규모 미션하우스도 큰 도움=은퇴 선교사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미션하우스를 제공하는 것은 웬만한 재정규모가 아니면 개교회나 성도 차원에서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나 은퇴 선교사들이 한달에서 1년 정도 머물며 노후를 모색하거나 일시 귀국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미션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성도 개인이 자기 집의 일부나 임대주택을 미션하우스로 개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백승기(63·서울 북아현성결교회) 장로는 15년 전부터 서울 강동구 자택 1층 59㎡을 미션하우스로 내놨다. 선교사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씩 방 2개와 욕실, 거실이 있는 미션하우스에 머물 수 있다. 전기세와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 일체는 백 장로가 부담한다. 전세로 돌리면 최소 1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포기했다.

백 장로는 "선교 최전방에서 뛰는 선교사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살림집의 일부를 미션하우스로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왕이면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을 선택하면 선교사들이 이용하기 편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영(34·여)씨도 지난 3월부터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보증금 300만원에 월 임차료 35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얻어 선교사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선교사들이 귀국해도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정을 듣고 매달 선교헌금을 드리는 심정으로 취사도구, 세탁기, 냉장고 등 필수 가재도구를 모두 갖춰 놨다. 김씨는 "미션하우스는 꼭 자기 집을 내놔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교사를 돕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전세나 월세로도 충분히 미션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박재찬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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