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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지현] 그래서 우리가 응원한다

[삶의 향기-이지현] 그래서 우리가 응원한다 기사의 사진
입시, 취업, 승진, 수없이 많은 공모전과 프레젠테이션…. 우리 앞엔 수많은 삶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설렘과 기쁨, 실망과 절망 중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이 돌들을 마음 졸이며 밟는다. 누구나 실패를 꿈꾸진 않는다. 책을 집필할 때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고, 편의점에서 로또복권을 살 때도 5000원짜리 정도는 되겠거니 희망을 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tvN 드라마 ‘미생’은 서늘한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주인공 장그래는 그 흔한 스펙 하나 없고, 고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이 전부다. 어린시절 바둑 신동이란 소리를 들었던 그는 고졸의 낙오자가 돼서 사회로 나온다. 그가 직면한 세상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처음엔 누구나 다 힘들다’ ‘청춘은 아픈 게 정상이다’라고 위로하는 요즘, 그는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열심히 안 해서’라고 자책한다. 정말 그럴까.

시련을 이기는 힘은 自己愛

시련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실수한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보다 자신이 헤집고 쑤시는 상처가 더 크고 깊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이번엔 못했지만 다시 도전해야지’라며 스스로 격려하면 용기가 생긴다. 의지를 북돋우는 격려의 말을 ‘펩톡(peptalk)’이라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에게 던지는 펩톡의 대가들이다. 자신에 대한 펩톡은 나를 나답게 하는 성장의 동력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처음엔 누구나 서툴고 힘들다고, 청춘은 좌절과 시련을 그림자처럼 안고 사는 거라고 말하지만 위로가 안 된다. 고난의 순간에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자신을 미워하고 책망하는 것이다. 영혼에 상처가 있으면 그 구멍으로 기쁨은 다 빠져나간다.

여름 소나기처럼 지나간다

그동안 우린 많은 실망을 하며 자책해 왔다. 하나님께 모두 맡기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실망하고, 주님께 등을 돌리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의 순간이든 절망의 순간이든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어김없이 지나간다.

어느 날 다윗왕이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반지를 하나 만들되 반지 안쪽에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도 결코 교만하지 않게 하고,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도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반지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잠시 생각에 빠진 솔로몬은 이렇게 적으라고 일러주었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이다(유대 경전 주석서 미드라쉬의 ‘다윗왕의 반지’ 중에서). 유대인들은 이 구절을 붙잡고 독일 나치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때로는 갈망하는 것이, 인내하는 것이, 서늘한 상실을 직면하는 것이 우리 삶에 힘이 되길 바란다. 견디고 이기면 상처가 무늬가 된다고 믿고 싶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골고루 겪은 다음에 이룬 복이라야 비로소 오래가고 의심과 믿음을 골고루 겪은 다음에 이룬 지식이라야 비로소 참된 것이다.”(‘채근담’) 크고 작은 아픔과 시련이 우리의 삶을 직조해가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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