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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울시 ‘길고양이 지도’ 자칫 살생부 될라

주요 서식지 표시·공개땐 포획업자·학대범 악용 우려

[기획] 서울시 ‘길고양이 지도’ 자칫 살생부 될라 기사의 사진
서울시가 길고양이를 관리하겠다며 시작한 ‘길고양이 지도’ 사업이 동물 학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은 터여서 서울의 주요 서식지가 표시될 이 지도를 자칫 포획업자나 동물 학대범이 ‘길고양이 사냥’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항의 청원운동엔 이틀 만에 4000명이 서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다음 주부터 온라인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길고양이 지도인 ‘길냥이를 부탁해’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입력한 서식지를 바탕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서울에 사는 길고양이는 약 25만 마리로 추정된다. 시와 자치구들은 지속적인 중성화(TNR) 사업 등을 통해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해 왔다.

24일 온라인 동물보호 커뮤니티 등에서는 길고양이 지도 제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도가 공개되면 길고양이를 잡아 식용이나 교배용으로 팔아넘기는 업자들도 접근할 수 있다. 길고양이 학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캣쏘우’ 사건 등 최근 몇 년간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길고양이들이 많이 번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누군가 여의도 일대에 쥐약을 뿌려 그 구역 고양이들이 몰살당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는 길고양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주민이 도사견을 풀어 고양이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다.

이렇다보니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고양이의 위치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알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집 나온 고양이를 발견했다. 자세한 위치는 따로 문의 달라”고 글을 올리는 식이다. 분양가가 높은 ‘품종묘’일 경우에는 더더욱 위치를 알리지 않는다. 포획업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고양이의 서식지를 파악한 뒤 통덫이나 마취총 등을 이용해 잡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강서구에서 유기동물 구조활동을 벌이는 자원봉사자 김모(30·여)씨는 “캣맘들은 이미 동네 고양이들이 어디에 살고, 어디로 오가는지 다 알기 때문에 공개적인 지도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행정 편의적 발상에 포획꾼들을 위한 지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시는 지도 제작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다음주 중 시민 설명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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