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시련은  아름답다 기사의 사진
정현展(11월 9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02-720-1524)
한옥 지붕의 갤러리 바깥에 커다란 쇳덩어리 두 개가 무심하게 놓여 있다. 오랜 시간 풍파를 거친 바위처럼 깊게 패고 긁히고 덩어리째 뜯겨 나간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다. 겉으로는 숱한 시련을 겪었지만 속으로는 에너지가 응집된 모양새다. 조각가 정현의 작품 ‘파쇄공’이다. 무게는 15t가량이다. 제철소에서 25m 높이까지 올렸다 떨어뜨려 불순물이 섞인 쇠 찌꺼기를 깨트리는 데 사용되는 쇳덩어리를 옮겨 왔다.

작가는 “파쇄공은 시련이 집적된 것이다. 시련을 겪은 뒤의 것들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강조한다. 이는 2000년대 선보인 침목(枕木)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낡고 버려진, 하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과 기차의 무게를 견디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침목의 아름다움. 조각 작품 외에 드로잉 7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페인트를 칠한 철판에 흠집을 낸 뒤 밖에 두어 녹슬게 한 작품은 ‘자연이 그린 드로잉’으로 묘한 울림을 준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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