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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조각 경계 넘나드는 단순·간결 입체작품의 美… 도널드 저드展 1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회화·조각 경계 넘나드는  단순·간결 입체작품의 美… 도널드 저드展 1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기사의 사진
다섯 가지 색깔의 상자를 배열한 1992년 작품 ‘무제’. 국제갤러리 제공
얼핏 보면 잘 꾸며진 집이나 카페의 장식장 같다. 지극히 단순한 박스 형태의 입체 작품이 전시장 곳곳에 놓였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꼽히는 도널드 저드(1928∼1994·사진)의 작품이다. 색을 칠한 나무와 금속으로 상자를 만들어 가로 또는 세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했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니멀한 작품들이다.

저드의 전시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에 이르는 저드의 입체작품 14점을 소개한다. 1995년 이후 20년 만의 국내 전시이고, 입체작품 개인전은 처음이다. 알루미늄 튜브를 얹은 빨간 상자 형태의 1991년 작품과 투명한 보라색으로 도금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만든 길이 6.4m의 1970년 작품 등이 전시된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작가는 1940년대 회화로 미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50년대 말 당시 회화의 관행에 반기를 들고 60년대 초부터 3차원의 오브제 제작에 나섰다. 저드는 1965년 발표한 에세이에서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명확하고 정제된 오브제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니멀리즘 작가’로 불린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미술사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로 분류된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던 예술의 흐름으로, 회화와 조각 등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작가의 아들 플래빈 저드 ‘도널드 저드 재단’ 이사장이 전시에 맞춰 내한했다. 그는 “아버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삶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 맥시멀리스트”라고 말했다. 사물을 상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오브제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드는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로 자신의 작품세계가 한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저드는 풍부한 표면 품질을 위해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합판, 콘크리트 등과 같은 산업재료를 사용했다. 특히 완벽하고 세련된 오브제를 만들고자 재료에 대한 식견이 높은 전문 제작자들을 활용했다. 그는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했다. 언뜻 보기에 거의 비슷한 작품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시 공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02-735-844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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