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추가 합격이나 편입학 등 방식으로 수험생을 구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고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수능에 대한 교육부와 평가원의 시각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그것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수험생은 한 문제를 맞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생을 해왔는가. 한 문제를 더 틀리면 등급과 표준점수 등이 내려가 대학이나 학과의 선택과 당락이 바뀔 수 있다.

특히 평가원은 그동안 시빗거리가 되는 문제를 출제해 놓고 정·오답의 판단 기준은 교과서 내용만이 유일한 잣대라고 주장해 왔다. 독단적이고 오만한 자세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고 본다.

작년에 즉각 오답을 인정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이 치러야 할 부담도 만만찮다.

그동안 세계지리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주었는지 알기나 할까.

대학의 합격·불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능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를 출제해서는 안 된다. 만약 문제에 오류나 잘못이 있다면 곧바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 수험생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마땅하다.

매년 수능을 앞두고 많은 비용을 들여 교수, 교사들과 한 달간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오류가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여전히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 상당수가 서울대 사범대 출신인, 이른바 ‘수능 마피아’여서 선후배끼리 오류를 지적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들다고 한다. 60여만명이 치르는 이런 중요한 시험에 특정 대학 출신이 몰려 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출제위원은 특정 지역이나 대학이 독점해선 안 되며 문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을 갖춰야 한다.

수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문제를 출제할 때 잡음이 예상되는 문제는 걸러내야 한다. 또 검토위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해 오류가 있다면 다시 출제하는 등 문제나 정답에 대한 시비의 단초를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부른 교육부와 평가원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

박옥희(부산 북구 화명신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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